2014. 3. 19  농민신문에 실린 GSnJ 연구위원 송양훈 충북대 교수의 글입니다.

 중단 없는 ‘유라시아 농업 이니셔티브’ 추진  

GSnJ 연구위원 송양훈 (충북대 교수)

 필자는 2010년 5월, 한국농어촌공사의 요청과 주우크라이나 대한민국 대사관의 협조로 우크라이나 고려인 농산물유통센터 건립지원 및 농업생산분야 협력확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중부의 농업 주산지 키로보그라드에서 광활한 흑토 농장을 둘러보고, 곡물 해상운송로 점검을 위해 흑해의 니콜라이예프항 곡물엘리베이터 등을 살펴본 뒤 해상운송 가능성 및 문제점들을 검토·보고했다. 이후 대사관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과채류·버섯 영농기술 전수사업을 실시했고 사업성과가 좋다고 판단한 대사관은 장기사업계획 수립을 요청해왔다. 　

 이를 계기로 필자는 2012년 7월 크림반도(크림자치공화국)를 방문했으며 이후 사업타당성조사가 이뤄졌다. 이러한 사업형성과정 중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유럽+아시아) 이니셔티브’에서 농업개발이 중요한 구성요소로 채택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았고, 2014년 상반기 중 사업이 시행될 것이라고 전해 듣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 크림자치공화국 청사를 친러 무장세력이 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러시아정교를 믿고 있어 ‘스탄’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의 다른 이슬람 CIS(옛 소련권 국가모임) 국가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나라다. 민족과 문화에 있어서 아시아라기보다는 유럽에 가까운 나라이고, 터키와 함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유럽측 동단(東端)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요충지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EU영토가 계속 동진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으로 결국 러시아와 접경하게 되는 사태가 되면, 러시아로서는 군사적(나토)이나 경제적(EU)으로 완충지가 없어지는 불편한 상황이 연출된다. 즉 푸틴의 유라시아연합(Eurasian Union) 구상과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EU와 유라시아연합의 중립·완충 지역이 우크라이나인데,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겠다고 하니 푸틴이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는 이번 사태 전부터 친러성향의 자치공화국이었다. 러시아어가 주언어이며 주항인 세바스트로폴에는 러시아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시도를 방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던 차에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이러한 사태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에 차질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극동지역에서 한·중·일이 참여해 유라시아 개발사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크림반도 정세에 섣불리 입장을 정한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 사태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서방의 유럽연합과 러시아 유라시아연합의 충돌에 우리나라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친서방세력들이 건재하고 이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도 더 이상은 군사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적으므로 지난 주말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러시아 연방으로 편입되기 보다는 친러성향의 자치공화국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며, 농업을 기반으로 유라시아 개발협력 노력을 경주해 국가위험(Country risk)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고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는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