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9  문화일보에 실린 GSnJ 이사 이병오 강원대 교수의 글입니다.

‘농업 6차산업’ 法제정 시급하다

GSnJ 이사  이병오(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국토면적 중 농촌 지역이 도시 지역보다 넓지만, 농촌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촌과 도시의 소득 격차가 점점 심해지다보니 일자리가 줄고, 이에 따라 농촌의 활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다만, 농촌을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농업을 2, 3차 산업과 연계시키는 6차 산업화와 귀농·귀촌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시도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 제정이 지연되고 있어 지자체 및 현장 농업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농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농업인들의 6차 산업화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 2건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2건은 모두 농업 생산을 제조·가공(2차 산업), 유통·관광(3차 산업) 등과 융·복합해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농촌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농업 현장에 가보면 그동안 개별 농가가 자발적으로 농외소득 증진 차원에서 농업을 2, 3차 산업과 연계시키는 활동을 추진했으나, 다양한 경영 위험에 직면하고 사업 실패에 이른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농가가 가지고 있는 기술·자본·정보가 부족하기도 할 뿐더러, 경영 다각화에 따라 증가하는 다양한 위험 부담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거나 완화해 줄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일명 ‘6차 산업화법’을 제정해 6차 산업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경영체의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법에 근거해 사업화 등 다양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현재 발의돼 있는 ‘농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 우리나라도 농업인 등이 제도적 기반 위에서 안정적으로 6차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사업자 인증제 도입을 통해 정책 대상을 명확히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창업·금융·판로지원 등 지원 내용과 계획이 구체화됨으로써 정책의 효과성도 높일 수 있다. 또한 6차 산업화를 위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계획 수립을 규정함으로써, 농업인은 6차 산업화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 6차 산업화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귀농·귀촌에 관한 법률’도 지난해 11월부터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귀농·귀촌인에 대한 실태조사 및 종합지원센터의 지정·운영을 통해, 귀농·귀촌인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정착 단계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다양한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를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귀농·귀촌 인구수에 비해 그동안 지원정책이 산발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 이에 종합적인 시각에서 일관성 있는 귀농·귀촌인 지원을 위한 법안이 제출됐으나, 이번 상반기 중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연내 시행이 어려워져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촌 지역의 창업을 촉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귀농·귀촌 및 6차 산업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인데, 관련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제도적 근거가 미흡해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까 우려된다. 6차 산업화와 귀농·귀촌에 관한 법률이 조속히 통과돼야만 고령화 등으로 시름에 젖어 있는 농촌 지역에 새로운 인력 유입이 촉진돼 젊고 희망찬 농촌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농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을 위한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열망을 국회가 받아들여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