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6. 23 농민신문에 실린 GSnJ 연구위원 임정빈 서울대 교수의 글입니다.

식량위기 상황을 쌀산업 발전 기회로

GSnJ 연구위원 임정빈(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최근 국제사회는 곡물가격 급등이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쌀마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제 곡물시장에서 1t당 330달러에 거래됐던 쌀가격이 이미 1,000달러로 3배가량 올랐다. 더욱이 최근 쌀 곡창지대인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와 중국 쓰촨성의 대지진 피해, 그리고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요 쌀 생산국가들의 쌀 수출통제 조치로 당분간 국제 쌀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제 곡물가격이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지속하리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고, 각국의 식량자원 확보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벌써 방글라데시·필리핀·이집트 등 식량수입국에서는 식량가격의 폭등과 부족현상으로 폭동 발생과 배급제 실시 등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또한 중국·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아르헨티나 등 식량수출국들도 자국의 식량안보와 물가안정 차원에서 수출 곡물에 높은 수출세를 부과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지구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시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 5위권의 식량수입국으로서 마냥 느긋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 식량자급률은 27% 수준에 머물러 있고, 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곡류 수입액이 전년도보다 38%나 급증하면서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더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곡물가격 상승세가 고유가와 맞물려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그런데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우리의 주곡인 쌀 농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무엇보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우리 쌀 농업이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만일 쌀마저 높은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지 못했다면 현재 국내 물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고 국민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국제 쌀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외 쌀 가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즉 우리 쌀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밀가루 등 수입곡물 가공품 가격의 상승으로 대체재인 쌀 소비가 다소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쌀 산업이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다. 늦어도 2014년 이후에는 쌀도 관세화로 개방될 것이며, 더욱이 조만간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타결과 함께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예정돼 있어 쌀 시장개방 확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제 곡물가격 급등 상황을 한국 쌀 농업의 체질 강화와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새로운 쌀 수요 창출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쌀로 만든 국수·빵·전통주 등 가공품 개발과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제적인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위기 상황을 우리 쌀 산업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