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6. 24 조선일보에 실린 GSnJ 연구위원 김한호 서울대 교수의 글입니다.

'원산지 표시제'가 식품안전 분수령

GSnJ 연구위원 김한호(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이례적으로 추가협의까지 이뤄졌지만, 아직 상당수 국민은 정부의 노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국민의 이해 부족 때문이라면 두 나라 정부가 공동으로 노력해 이해시켜야 할 것이고, 정말 미진한 점이 있다면 그에 따른 우려는 결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원칙 아래 한미 정부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미국 정부는 이른바 '한국용 품질시스템평가(QSA) 프로그램'의 신빙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이 QSA 프로그램 대상 수출업체를 상대로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때인 작년 10월에도 특정위험물질(SRM)인 등뼈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왔다. 국민들로선 이러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두 나라는 프로그램을 위반한 쇠고기를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확실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기간 QSA프로그램에서 배제하거나 미국의 국내 증명, 한국의 검역과정에서 더욱 엄밀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가 재발될 때 수출과 수입업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업자들이 보다 자율적인 규제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또 자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 국민의 믿음은 한국 정부의 도축·가공 작업장 점검 요청 시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의 수입 쇠고기 안전성 보장 체계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수준으로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게 검역시스템의 정비이다. 30개월 이상인 쇠고기가 혹시라도 반입돼 시중에 유통되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반송할 수 있는 검역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검역은 수입품의 포장개봉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품질관리 때문에 전수(全數) 검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에 대한 보완으로 현지에 검역원을 파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 검역원이 현지에서 미국의 QSA운영과정과 쇠고기 위생관련 동향을 상시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원산지 표시제도를 차질 없이 운용하는 일이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에서 쇠고기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것은 이 제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외식지출이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는 음식점의 원산지표시도 중요하다.

 정부는 작년 12월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쇠고기의 경우 100㎡ 이상의 면적을 가진 약 12만여 개의 음식점은 올 6월 22일부터 원산지표시를 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최근의 미국 쇠고기 사태 등을 반영하여 금년 7월부터는 규모에 관계없이 64만여 개에 이르는 모든 음식점으로 원산지표시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런데 단속인원을 보면 일정기간의 특별 단속 때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지방자치단체-식약청 직원,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단체 소속 시민으로 구성된 명예감시원까지 합하여 약 5000명 수준이다. 그러나 평상시 원산지표시 단속에 전념 가능한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특별사법경찰관은 불과 1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신고에 의존하는 간접 단속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인력 부족 사정을 가능한 대로 보완하고 식품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늘의 사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