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곤 연구위원의 글입니다.

‘1석 3조’ 노리는 일본의 쌀 정책개혁    

 김태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에서 쌀은 ‘성역’이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쌀은 국민의 주식이자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고, 논농업을 유지하면서 다원적 기능을 발휘하는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가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하여 가격이 하락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초민감품목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이 스스로 쌀 성역을 무너뜨리는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쌀을 지키기 위하여 일본은 WTO 협정에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소비량의 4%에서 8%까지 의무적인 수입(MMA)을 이행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MMA 수입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1년을 앞당겨 1999년 관세화로 전환하였다. 높은 관세 덕분에 관세화에 의한 수입은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 반면에 MMA 수입은 연간 77만톤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쌀 소비량이 감소하여 2013년 소비량의 9.8%에 달하고 있다. 이것이 가격 하락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생산조정제도를 통하여 쌀의 수급균형을 유지하면서 고정지불과 변동지불의 직불제로서 쌀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총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쌀 소비량이 연간 8만 4,000만톤씩 감소하고 있다. 수급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쌀 식부면적을 매년 1만 5,800ha씩 줄여나가야 한다. 이것이 쌀농가의 소득증대와 논농업 성장을 제약해왔다.

 최근 농업을 성장산업으로 견인하기 위해 농정개혁을 단행하면서 쌀정책도 대폭 전환하고 있다. 40여년간이나 실시해 오던 생산조정제도를 폐지하는 등 성역 허물기에 착수하였다. 생산조정제도는 향후 4년간 적응을 거쳐 2018년 폐지하되, 전략작물로서 수요가 증가하는 ‘사료용 쌀’의 증산을 도모한다고 한다. 사료용 쌀은 논의 높은 생산력을 유지하면서 사료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현재 사료용 쌀은 18만톤을 생산, 축산농가나 배합사료업체에 공급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450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료용 쌀에 대한 보조금을 현행 10a당 8만엔에서 수량과 연계하여 최고 10만 5,000엔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생산조정과 연계한 쌀 고정지불은 현행 10a당 1만 5,000엔에서 2014년 7,500엔으로 반감하여 2017년까지 지급하고 2018년부터 폐지한다. 변동지불은 2014년 즉시 폐지한다. 이로써 생산조정과 연계한 쌀직불제는 완전히 폐지되는 셈이며, 대신에 신규로 ‘다원적기능 직불제’를 도입하여 전체적으로 소득균형을 유지한다는 의도다.

 또한 구조개선과 유통부문의 노력으로 쌀 생산비를 현행 60kg당 1만 6,000엔에서 2020년까지 40% 절감한 9,600엔으로 인하하여 경쟁력을 향상한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농지의 규모화와 단지화를 중개하는 기관으로 ‘농지중간관리기구’를 설치하여 논농업 구조개혁을 병행하고 있다.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쌀, 밀, 소고기와 돼지고기, 유제품, 사탕 등 5항목에 대해서는 성역으로 설정, 관세 철폐를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높은 관세를 무기로 쌀 수입을 차단하면서, 주식용 쌀 생산을 대폭 줄이는 대신에 수요가 늘어나는 비주식용 쌀을 비롯하여, 밀, 콩, 사료작물, 메밀, 유채, 기타 지역특산 채소 등으로 식부면적을 늘림으로써 자급력 향상, 다원적기능 확산, 논농업 돌파구 찾기 등 1석 3조를 노린다는 점이다. 동시에 쌀 생산비를 절감하여 소비자가격의 하락을 유도하고 경쟁력을 향상한다는 의도도 가미되어 있다. 생산조정과 직불제 폐지가 쌀 가격하락을 초래하여 소득하락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쌀에서 해방된 에너지가 논농업과 밭작물의 건전한 성장으로 이어질지 주목할 점이다.

 쌀을 둘러싼 문제는 우리나라도 유사하다.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MMA 수입이 지속되면서 이미 구조적인 가격하락 압박을 안고 있다. 쌀생산 축소와 소득 확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쌀농업’과 연계한 보호를 감축하여 쌀에 대한 집중을 방지하고 다원적기능과 연계한 ‘논농업’ 보호로 전환하여 보조금 균형을 유지하고, 동시에 수요가 증가하는 ‘밭작물’을 전략작물로 육성하는 자유로를 열어두는 것이 문제해결의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