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nJ 연구원 박혜진

 많이 늦었나 싶었더니 항상 마지막까지 단원들을 챙기시던 TC 김용운 부장님이 언제나처럼 선량한 북파공작원의 얼굴로 황금소로가 끝나는 곳에서 뒷짐을 진 채 기다리고 계셨다(* 실제로  김용운 부장님을 만나게 되면 누구나 북파공작원이란 말이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선글라스까지 끼면 더더욱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난 관광하는 내내 내가 보고 듣고 있는 것들이 신기하기만 해 넋을 놓고 다녀서인지 대열에서 멀어진 적이 많아 이동 장소마다 거의 김용운 부장님의 마지막 발걸음을 같이 했던 것 같다. 덕분에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지금 내 휴대폰 전화번호 목록엔 공작원님으로 저장되어 있다.^^)

까를교 위에 서다

 프라하 성에서  내려와 체코 음식과 맥주로 점심식사를 한 후 까를교로 향했다. 굵은 빗방울은 아니어서 비가 약간 내리긴 했어도 우산은 쓰지 않은 채였다. 먼저 들렀던 성 비트성당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불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완성된 지 600년이 넘은 이 까를교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칭의 프라하에서도 빠지지 않는 관광코스이다. 까를교는 폭이 약 10미터의 널찍한 보행자 전용 다리여서 차는 지나다닐 수는 없는데, 대신 양 옆으로 15개씩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체코성인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나라에 세금을 내고 영업을 하는 화가나 음악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까를교에 올라선지 얼마 안 되어 유독 한 동상 앞에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는 줄까지 서서 한 명씩 차례로 뭔가를 만지고 기뻐했다. 가이드는 저 동상과 함께 조각된 개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귀띔을 해준다. 근처에 계시던 연수단 단원분들도 조각상에 손을 대보기 위한 행렬에 끼어 흥미로운 얼굴로 차례를 기다리신다. 나도 호기심에 그 틈에 섞여 있었는데, 막상 차례가 가까워 오니 흥미를 잃어버려 그냥 저만치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다 들어줄 수나 있으련지... 사람들의 손이 닿은 자리는 유독 반짝거린다. 다리는 500미터가 좀 넘는 길이이긴 하나 볼거리도 워낙 다양해 한번 보고 오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 것 같다. 거의 다리 끝에 다다랐을 즈음 귀여운 일본인 커플이 일회용 사진기를 손에 들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길 간절히 원하는 것 같았다(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냉큼 먼저 눈을 마주쳤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라고 일본어로 정중하게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이 급속도로 환해진다. 귀여운 이 커플이 까를교에 왔다 갔다는 증명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벌써 끝나가는 자유시간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다리 입구 쪽으로 또 분주히 움직였다.

구시가지 1차 탐색

 까를교 앞에서부터 걸어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구시가지. 이곳 또한 프라하 관광코스 소개 자료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하루종일 지나쳐간 사람들은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이드를 따라 멈춰선 곳은 구시청사 탑의 남쪽에 달린 오를로이 천문시계 앞. 한쪽 벽면 전체가 시계와 장식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계는 시각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농사를 짓던 시기에 천체의 움직임을 알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매 정시마다 시계에서 인형이 나오는 볼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걸 보기 위해선 아직 50분이나 기다려야 해서 다시 자유시간이 생겼다. 흠. 좋아. 그럼 구시가지 탐색이나 해볼까?

 혼자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기념품 가게들도 보이고,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크리스탈 제품들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그림도 마음껏 구경하고 프라하에서는 인형극이 유명하다던데...그..줄 달린 인형들은 어디 있지? (두리번 두리번) 아 저기 있다! 가게 주인이 자유자재로 줄을 이용해 녀석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금방이라도 줄 없이 내 쪽으로 걸어올 것 같이 눈빛 또한 또랑또랑하다. 생각한 것 보다 굉장히 꼼꼼하게 잘 만들어져 있는 데다 크기도 어른 무릎 높이를 넘는 녀석들도 있다. (아, 작은 녀석들은 꽤나 엉성하기도 하다) 하나 사들고 가고 싶었으나 가격도 만만치 않고 역시나 짐이 늘어나는 게 두려운지라 오늘의 지름신은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고 잠잠해진다.

 50분이 조금 넘어 아까 보았던  천문시계 앞으로 다시 가니까 벌써 관광객들이 한 가득이다. 모두의 시선은 한 군데로 고정되어 있고 다들 잔뜩 기대하고 있는 눈치.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리 일행을 찾는 건 일단 포기하고 몇 분 후를 숨죽여 기다렸다. 오후 5시가 되자 뭔가가 나와서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도 나고 하는 데 잘 보이지도 않고 결국은 얼마 안 있다가 금새 끝나버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호와 박수소리. 그리고는 순식간에 흩어진 군중들 속에서 연수단원분들을 찾았다. ‘생각보다는 별로 화려한 게 아니었네요’ 하는 눈빛을 얼른 주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