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빛 하늘에 물들다

GSnJ 연구원 박혜진

일상으로의 초대

 11월 6일 오전 6시 20분. 집을 나서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전날 짐싸느라 밤을 새웠는데도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면서까지 뭔가 빠뜨린 건 없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되질 않는다. 게다가 처음 사용해보는 하드케이스 가방은 왠일인지 잘 닫히지가 않아서 출발 전부터 나를 긴장시켰다.(이녀석은 결국 유럽에서도 말썽을 부리고 말았다ㅡ,,ㅡ).

 10박 11일 동안 그것도 유럽 5개국을 돌아다니며 각국의 대표기업을 방문해보고 현지문화체험도 할 수 있다니! 이런 놀라운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마냥 설레일 법도 한데, 실은 아직까지도 딱히 실감은 나질 않는다. 떠나기 전날까지 연구소일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데다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게 되어 연구소 일에 지장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 같다.

 어찌됐건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아빠의 배웅을 뒤로 하고 인천공항까지 리무진 버스로 1시간 10분 만에 도착했다.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가방 바퀴소리가 별로 시끄럽지 않다. 나의 들뜬 기분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듯 오히려 흥겹기까지 했다. 가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오늘 오전에 처리할 일을 메모한 포스트�堧� 얼른 확인한 후 행동 개시! 가장 먼저 로밍서비스회사 직원을 만났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만약을 대비해 인터넷만으로는 안심이 되질 않아 로밍폰을 가져가기로 했는데 이것저것 챙기고 가격비교도 해보느라 떠나기 전날에서야 급하게 예약을 했다. 직원은 친절히 사용법을 알려주고 좋은 여행 되시라는 인사와 함께 바쁜 걸음으로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가 약간 넘어 있었다. 아직 여유가 있구나 싶어 천천히 집합장소인 G게이트 앞쪽으로 가니 모이는 시간은 8시 반이었는데도 벌써 많은 분들이 나와 계셨다. 지난 주 금요일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지하 회의실에서 결단 간담회를 가졌던 터라 몇몇 분들은 바로 알아보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서먹서먹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TC의 안내에 따라 탑승 수속은 각자 따로따로 했다. 비행기 타기까지 4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손에 든 짐도 무겁고 해서 잠깐 빈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급하게 혹은 느긋하게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비행기 도착과 출발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공항 안은 조금 더 분주해진다. 활기찬 이 느낌 참 좋다. 가끔 기분이 많이 우울해질때는 버스를 타고 와서 몇 시간이고 앉아 공항 분위기를 흠뻑 마시고 돌아가는 게 나의 스트레스 해소방법 중 하나일 정도로 나는 공항을 좋아한다. 이 좋은 곳에서 유럽여행같은 건 전혀 관심 밖이었던 내가 암스테르담행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고 몇 십분 후면 휭 날아간다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제야 슬슬 내가 유럽에 간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나머지 준비물을 얼른 사야겠다. 만능어댑터와 치약칫솔, 국제전화카드...이만하면 준비 완료! 커다란 하드케이스 하나와 손가방, 그리고 어깨에 맨 크로스백 그리고 나 박혜진은 앞으로 10박 11일 동안 ‘유럽 사람들의 일상에 초대받은 거야’ 라고 맘대로 생각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럽여행TiP

* 노트북이나 충전기를 써야할땐 ‘만능어댑터’를 가져가세요. 우리나라와 콘센트 모양이 같은 경우도 있지만 전압은 같아도 콘센트 모양이 다른 곳도 있으니 필수품입니다.

* TC란? Tour Conductor의 줄임말로 여행의 전체 일정을 총괄해 책임지는 가이드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