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3일 농민신문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세수 부족의 칼날이 농업을 겨냥한다면

GS&J 이사장  이정환

  작년 세수결함이 1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세금이 제대로 안 걷혀 정부가 당초 세웠던 예산사업을 접든가 빚을 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작년에 경제성장률은 3.5%로 주저앉았고, 4·4분기 성장률은 0.4%로 곤두박질쳤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못 얻어 야단이고, 겨우 얻어걸린다고 해도 요새 유행어로 ‘장그래(비정규직)’가 되기 일쑤란다. 그러니 결혼할 생각, 아이 낳을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낳은들 보육이 장난이 아니니 정부가 어떻게 좀 해달라고 아우성인 가운데 출산율은 1.17%로 세계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잘나가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정년을 맞아 이제 사회보장제도의 덕을 보겠다고 목을 빼고 있고, 그것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자금을 홀랑 까먹기 일쑤다 보니 정부가 기초노령연금이라도 좀 넉넉히 달라고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복지수요는 늘어나는데 세금은 안 걷히니 월급쟁이 연말정산에서 세수를 슬쩍 늘려보려다 정부가 최근 혼쭐이 났다. 이제 꼼수를 쓰지 말고 ‘증세를 하든지 복지정책을 조정하든지 국민적 논의를 통해 결판을 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논의가 본격화되면 ‘과연 지금 국가 예산은 제대로 잘 쓰이고 있는가? 엉뚱한데 쓰이고 있지는 않나?’에 대해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따지려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 그런데 과연 농업·농촌에 투입되는 예산은 어떤가? 우리 스스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농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이 25조원 남짓인데 농업예산으로 15조원을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제 좀 깎자”고 세수부족의 칼날이 농업을 겨냥한다면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미래성장산업’이고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할 산업’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할 것인가? 그러나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수출을 늘리는 데 농업투자가 가장 효율적이라서 농업예산을 늘려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무슨 소린가 할 것이다. 대통령이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은 해야 하는데 농업계가 하도 반대를 하니 답답해서 하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혹여 그런 화려한 이야기에 기대보려 하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농업은 다원적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항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농업이 다원적 가능을 하고 있느냐고 다그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로 벼 24만㏊, 채소 10만㏊ 등 경작면적이 40만㏊나 감소한 반면 전적으로 수입사료에 의존하는 돼지가 350만마리, 닭이 6000만마리나 증가해 물질순환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온통 난리인 상황에서 다원적 기능이 설득력이 있을까? 친환경농업은 고작 화학비료와 농약을 안 쓰는 것으로 왜소화됐고, 그나마 친환경농산물이라는 것이 엉터리라는 충격적 뉴스를 들은 사람들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믿을지 의문이 든다.

　다원적 기능은 일단 접어둔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농업예산이 과연 제대로 쓰이고는 있는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책자금이 부당하게 지원되고 유용돼 발각된 것만 수천건이라는 뉴스를 보며 증세와 복지조정 논의에 시달려야 하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또 농가 중 최상하위 20% 계층의 소득격차가 12배를 넘어설 만큼 농가의 소득불균형이 심각한데 잘나가는 농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여기에 더해 정신없이 체결한 FTA로 가랑비에 속옷 젖듯 농산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제 우리나라 농업과 농정의 존재이유와 존재방식을 되새기고 가야할 길을 다시 정립해 다잡지 않으면 우리나라 농업과 농정은 세수부족의 칼날 앞에 두 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