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가 농업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농가는 항상 어렵다고 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때마다 농업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업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업, 돈 버는 농업, 수출하는 농업이 되고 더 나아가 첨단산업,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되자는 획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비전은 농업문제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그러나 돈 버는 농업, 수출하는 농업이 우리의 비전이 될 수 있을까?  돈 버는 것이 유일한 목적일 것 같은 기업들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놀랍게도 일본의 대기업 소니의 비전은 기술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돈은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지 돈 자체가 비전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소니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한결같이 돈 버는 것 이상의 가치를 분명히 비전에 담고 있다. 하물며 한 나라 농업의 비전이 단순히 돈 버는 것, 수출하는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한 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돈 버는 것이 존재의 한가지 조건일 수는 있으나 존재가치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농업의 존재가치는 무엇일까. 왜 모든 선진국이 농업을 부둥켜안고 고민하여 왔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까.

 농업은 유일하게 탄소, 질소 등 무기물을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식물성 생명체로 변환시키고, 그 식물성 생명체를 다시 동물성 생명체로 전환시키는 산업이다. 사람은 태양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는 이 생명체를 섭취해 다시 에너지로 환원시킴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그래서 농업은 유일한 탄소중립적 녹색산업이고 물질순환을 통해 환경을 보전하는 산업이며, 인간의 생명을 지지하는 산업이다. 그러기에 도시국가가 아니라면 농업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한국농업의 비전은 이러한 기본가치에 반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배추 출하량이 반으로 줄어 값이 폭등하자 온 나라가 야단법석을 떨었다. 한우고기 공급량이 반으로 준다면 더 큰 파동이 날지도 모른다. 가령 자동차라면 어떨까. 국내산 자동차 공급량이 반으로 줄었다고 가격이 폭등할까? 해외에 나가면 턱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한국식당을 찾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라고 훨씬 비싼 값을 주고 렌트할 사람이 있을까? 먹는 것이란 그런 것이다.

 수입농산물과 외국식단으로 채워질 수 없는 소비자 욕구가 있고 집착이 있으며, 거기에 한 나라의 농업이 존재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농업의 비중이 1％ 남짓밖에 안 되는 선진국들도 모두 농업을 끌어안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농업을 전담하는 부처가 있고 쇠고기문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위기를 맞는가 하면 촛불파동 같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것은 마치 빙산의 대부분이 수면 아래에 있듯이 국내총생산(GDP)으로 표현될 수 없는 큰 부분이 농업에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배추파동이나 쇠고기파동에서와 같이 어느 날 그 위력을 잠시 보여 주고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다 같이 한국농업의 기본가치와 존재이유를 통찰하고, 농업의 비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다시 논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