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추 한포기 값이 1만 5천원까지 뛰어올라 온 세상이 난리가 났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을 독려하고 언론은 온통 배추 이야기였을 정도였다. 그렇게 가격이 폭등한 것은 배추가 거의 품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양은 평소 800톤 정도에서 600톤, 가장 적었던 날에도 400톤 이하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또 한포기 값이 그렇게 비쌀 때 배추를 사먹은 사람들은 모두 부자들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가락시장 하루 반입량이 400-600톤이나 되었으므로 대부분은 서민들의 입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도대체 배추가 우리에게 무엇이기에 공급량이 그 정도 줄었다고 가격이 그렇게 폭등하고, 또 사람들은 그렇게 비싼 배추를 사갔을까?

 만약 한우고기 생산량이 반으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한우고기는 500그람에 3만원 5천원이 넘어 한우고기 사먹는 사람은 부자라는 농담이 있지만 한우고기 생산량이 반으로 줄면 10만원을 훨씬 뛰어 넘어 정말 서민들은 설과 추석에나 맛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수입쇠고기가 있는데 설마 그렇게 값이 뛸까 하고 생각할지 모르나 지금도 호주산 냉동 등심은 500 그람에 6천원, 냉장은 2만원 정도인데 한우 등심은 3만 5천원인데서 알 수 있듯이 수입쇠고기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이번 배추의 경우 이상의 가격 폭등이 나타날 것임에 틀림없고 온 세상이 소란할 것이다.

 가령 자동차라면 어떨까? 국내산 자동차 공급량이 반으로 줄었다고 가격이 폭등할까? 해외여행시 값이 턱없이 비싸더라도 한국식당을 찾아가듯 우리나라 자동차라고 훨씬 비싼 값을 주고 렌트할 사람이 있을까?

 먹는 것이란 그런 것이다. 수입농산물과 외국식단으로 채워질 수 없는 소비자 욕구가 있고 집착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동차와 달리, 먹는 것은 우리 몸에 체화되어 있는 문화이고, 그것을 생산하는 농업도 문화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농업의 비중이 1% 남짓 밖에 안 되는 선진국들도 모두 농업을 끌어안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농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밖에 안 되지만 농업을 전담하는 부처가 있고 쇠고기 문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위기를 맞는가 하면 촛불파동 같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것은 마치 빙산의 대부분이 수면 아래에 있듯이 GDP로 표현될 수 없는 큰 부분이 농업에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밖으로 들어나지 않지만 이번 배추파동에서와 같이 어느 날 그 위력을 잠시 보여주고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의 성장과 수출을 이야기하지만 GDP의 3%도 안 되는 농업의 성장률이 두 배로 늘어난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기 이를 데 없고, 총수출액의 0.7%에 지나지 않는 농산물 수출이 두 배로 늘어나도 우리나라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역시 보잘 것 없을 것이다. 성장과 수출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농업의 목표이고 존재이유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도 성장과 수출보다 수입농산물로 대체될 수 없는 소비자의 욕구, 안전하고 우리 입맛에 맞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데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