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남는다고 생산을 줄이는 묘책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그 중에서 논에 다른 작물을 심도록 하여 생산을 줄이자는 대안이 가장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이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하였고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벼를 수확 전에 베어 조사료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정부가 이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또 어떤 사람은 ‘호품벼’와 같이 수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하거나 보급하지 말자고 하고, 정부도 다수확 품종의 개발과 보급을 되도록 억제할 태세다. 졸지에 ‘호품벼’를 개발한 농촌진흥청과 이 품종을 심는 농가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듯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데 조금 정신을 가다듬어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들이 그동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얼마나 외쳐왔던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쌀 가격이 낮아져 수입쌀과의 가격차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산을 줄이자는 것은 곧 쌀값이 되도록 떨어지지 않게 하자는 것 아닌가. 또 경쟁력을 높이려면 밥맛은 좋고 수량이 많은 품종을 열심히 개발하고 보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수량이 많은 품종이 왜 기피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모순은 생산을 줄이는 방법만 찾다보니 더 중요한 목표를 까마득히 잊어버린 결과 나타난 이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늦추어 잡아도 5년 후에는 쌀시장이 개방된다. 국제 쌀값이 많이 올랐다지만 아직도 우리 쌀 가격의 반 이하이다. 관세가 그 가격 차이를 메워주겠지만 가격차이가 클수록 관세장벽을 뚫으려는 노력은 강해지고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관세는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고 국제가격은 언제라도 다시 떨어져 우리 쌀을 거세게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쌀 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현재보다 꾸준히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가공용 수요와 수출을 늘리자고 하지만 그 역시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따라서 이제 정부는 쌀값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해야 하고 농가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 엄연한 현실을 가리려 해서는 안 되고 외면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농가소득이고 그래서 선진국들이 모두 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했고 우리도 채용하였다. 이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면 쌀값이 작년 가을처럼 목표가격보다 16%나 낮아져도 농가의 수취가격은 2% 남짓밖에 낮아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부는 이 정도의 부담은 농가가 감당하여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소득보전직불제의 실제 효과가 이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농가는 조곡으로 파는데 정부는 정곡가격을 기준으로 보전하고, 지역별로 가격하락률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정부는 전국평균을 기준으로 보전하므로 가격하락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소득보전 효과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을 줄여 가격을 지지하는 묘안을 찾으려 하지 말고 어떻게 직불제의 설계서 상 효과와 실제효과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