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쌀 조기관세화의 실익을 그나마 챙기려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올 9월 말까지는 WTO에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농민단체는 핑퐁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를 밀어붙일 때와는 달리 쌀조기관세화는 농민단체가 찬성하면 추진하겠다며 공을 농민단체에 넘겼다. 그러자 한참 뜸을 들이던 농민단체는 쌀직불금의 목표가격과 보전률을 올려 달라고 정부에 공을 건넸다. 이번엔 정부가 쌀이 지금도 과잉생산이라 목표가격을 낮추어야 할 판에 인상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렇다면 조기관세화는 차라리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조기관세화 여부에 따라 쌀 MMA수입량이 앞으로 매년 무려 8만톤이나 차이가 나고, 그에 따라 농가소득과 국민의 세금부담에 매우 큰 차이가 나는 중대한 사안인데 왜 이렇게 한가롭게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농민단체는 조기관세화에 합의했다가 수입량이 늘어나는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비판에 직면할 위험을 두려워하여 정부가 앞장 서 주길 바라는 것 같다. 더욱이 MMA수입쌀은 거의 전부 가공용이나 주정용 등으로 처분되어 시장가격에 큰 영향이 없었고 앞으로도 정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위험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조기관세화를 빌어 목표가격 인상이라는 선물을 얻어내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는 조기관세화에 두 가지 큰 부담을 안고 있어 관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적어 보이고, 따라서 농민단체의 그런 기대는 짝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조기관세화 하면 MMA쌀의 국별 쿼터가 없어져 미국의 쌀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더 중요한 미국과의 통상현안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농민단체가 요구하는 추가부담까지 떠안고 조기관세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관세화를 결정해도 올해 안에 WTO에서 협상을 끝내고 국회비준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비준 없이 조기관세화를 단행하기로 결단을 내리거나 일본이 했던 대로 농민단체 및 정치권의 양해를 받아 사후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정부는 농민단체가 요구하지 않는 한 조기관세화를 추진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조기관세화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여기서 이해 당사자인 농민과 농민단체의 냉철한 현실인식과 결단이 필요하다. 먼저 수입쌀이 쌀값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정도는 더 커질 것이므로 관세화가 늦어져 MMA 수입량이 늘어날수록 국내쌀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점이다. 또 조기관세화하면 쌀 수입이 더 늘어날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설사 수입이 늘어날 위험이 전혀 없지 않다 하더라도 모든 일에는 크고 작은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므로 이제 농민들은 결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