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뜻밖에 빨리 현안으로 부상했다. 중국과의 무역이 우리나라 총교역액의 20％를 넘었고, 앞으로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므로 중국은 우리가 놓칠 수 없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의 수출품이므로 중국과의 FTA가 한국 농업에 미칠 영향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뿐만 아니라 그 정도를 예측조차 어렵다는 점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생산액이 많은 농산물인 쌀·고추·마늘 등은 중국의 주요 수출품일 뿐만 아니라 관세가 매우 높아 관세 철폐의 영향은 가히 파괴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관세가 20~40％인 과일·채소·축산물의 경우, 관세 철폐에 따른 수입원가 하락률은 그리 높지 않더라도 관세가 낮아지면 수입상의 마진이 높아져 마케팅 노력이 집중 강화되기에 수입이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수입상이 현지에 진출해 직접 상품화하기 쉬운 지리적·문화적·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관세 감축의 영향이 수입원가 하락만으로 예측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정말 중국과의 FTA를 추진할 생각이라면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양국의 최고위 지도자 사이에서 우리나라 농업의 민감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입장이 확인돼야 한다. 그런 확인 없이 실무협상에 돌입한다면 협상이 깨지든지 한국 농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는 협상 결과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FTA를 통해 경제적 실리 못지않게 정치·외교적 효과를 노리고 있을 것이므로 우리가 현명하게 접근한다면 중국으로부터 그런 입장을 확인 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의 남북 긴장관계가 우리의 대중 협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음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또 추진 절차가 투명하고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FTA의 경우 협상 개시를 위한 공청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바로 그 시점, 미국에서는 협상 개시가 선언돼 엄청난 비판과 불신을 가져왔고 그것이 정부와 농민단체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어 버렸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농민단체 등이 중국과의 FTA 추진에 쉽게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소통 노력을 할수록 필요 이상의 불안감과 분노를 줄여 그만큼 저항과 정치적 부담이 적어질 것이다.

더불어 협상 추진에 앞서 정부 대책을 분명히 제시하되, 농업생산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이하로 떨어진 지금, 그 대책은 과거처럼 경쟁력 향상, 수출 확대 등 그 성과도 불확실하고 그 이득이 누구에게 귀속될지도 알 수 없는 ‘화려한 그림’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농업이 곧 생활인 농업인들을 가격 급락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어 그들이 나름대로 이 변화를 수용하면서 영농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수입 농산물이 채워 줄 수 없는 소비자의 욕구가 충족되고, 다른 것이 대체할 수 없는 쾌적한 농촌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인식해 미국이나 유럽 수준은 못되더라도 그와 유사한 정도의 농가소득 보전 시책을 준비하고 약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