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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2.21
제목
[김종철의 음악이 있는 에세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첨부파일
 

* 이 에세이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부장님께서 보내주시는 음악 메일입니다.

 

 

「김종철의 음악이 있는 에세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새벽 일찍 깨어 담배 피우러 나가 보니, 어제에 이어 눈이 오고 있네요. 눈이 내리니 새벽이 더 고요하고 정갈한 듯 느껴집니다. 오늘 하루는 그 고요하고 정갈한 느낌을 간직하고 살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극성입니다. 무탈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김태영, 혼자만의 사랑

 https://www.youtube.com/watch?v=tjfoJHbS4dY

 

연일 '그 놈의 밥이 뭔지' 소리가 나오네요.^^ 노래는 혼밥에 대한 노래는 아니고 <혼자만의 사랑>.

로마에서 3년 근무한 기간 중 전반기 1년반 정도는 직장에서 거의 혼자 점심을 먹었습니다. 혼밥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먹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둘 중 어느 쪽도 아니고 혼자 먹는 밥을 쓸쓸하다 생각하며 사는 쪽이었습니다.

로마 생활 2년차에 접어들던 4년전 오늘은 혼밥이라도 잘 해야 한다는 의미 부여를 하려고 애쓰고 있던 기록이 남아 있네요. 혼밥을 즐기든 힘들어 하든 다 개인 취향인데, 여전히 저는 혼밥을 잘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혼밥 하기 실은 제 마음에 더 어울리는 노래는 실은 해바라기의 노래 제목처럼 "혼자는 싫어요"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HDZ6JeYE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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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에 힘들어 하던 시절(2018. 2. 16.)

 

거의 늘상 혼자 먹는 점심 식사, 오늘은 구내식당을 벗어났지만, 세 가지 음식을 주고 물과 커피까지 포함해서 8유로에 제공하는 간단 메뉴를 먹었다.

옆테이블에서 예순 좀 넘었을 법한 아저씨 한 분이 쉴새없이 손을 떨면서 허겁지겁 식사를 한다. 어디 아픈 데가 있는 걸까 심리적으로 불안한 걸까 생각하면서도 눈길 마주치면 서로 불편할까 싶어 눈길을 정면에 고정시키고 식사를 마쳤다. 뭔가 불편해도 끊임없이 먹어야 산다는 당연한 법칙이 괜히 조금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물들에게 섭식장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식욕이 떨어지는 건 인류라는 종에게는 중요한 위기징후이다. 비록 주로 혼자 먹더라도, 꾸역꾸역 먹더라도 나를 살리고 가족을 살리는 행위라는 거룩한 사명감(?) 비슷한 걸 가져야 할 지도 모르겠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먹는 건 정말 중요! 근데, 맘 편히 점심 같이 할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참 좋겠다. 아니다, 혼자 밥 먹어보는 생활도 내 인생의 큰 그림에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즐기지는 못해도 그냥 편한 마음으로 먹어 보자.

커피를 lungo로 주문해서 먹고, 까르프에 들렀다. 발렌타인 데이 전날에 아내가 '쵸코렛 안 사 줄 거냐?' 하길래, "발렌타인 데이는 남자가 받는 날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런 게 어딨냐? 무슨 날이건 무조건 여자가 받는 거다." 했던 대화가 남아 있어서, 조그만 쵸콜렛이라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긴 한국에 있을 땐 늘 조그만 쵸콜렛이라도 전하곤 했던 것 같다.

설명절인 줄을 느낄 수 없는 혼밥의 점심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보리밥에 올리브, 치코리, 나름 건강식 먹었다 생각해 주자. 애쓴다. 주말이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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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홍삼트리오, 기도

 https://www.youtube.com/watch?v=zZoqY2_jjR8

 

 1980년대, 대학 시절에 MT 가면 기타치며 꼭 부르던 노래이고도 하고, 가끔은 막걸리집에서 무반주 생음악으로도 많이 불렀던 곡이죠.

세상에는 내 님의 소식 전해 달라는 기도만 있는 게 아니죠. 인간의 오만 가지 욕망을 담은 다양한 기도가 있을 것입니다. 신의 존재를 잘 믿지 않으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향해 '잘 살아 보고 싶으니 좀 도와 주이소' 하는 마음으로 살아내기도 했었네요. 그래서 그 덕을 본 것일까요, 이렇게 살아 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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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도(2018. 2. 16)

 

로마에는 벌써 벚꽃이 피었다. 날이 쌀쌀한대도. 작년 오늘 로마행 비행기를 탔고, 출근길에 벚꽃을 보고 약간 놀랐던 기억이 났다.

2년차, 평상심을 유지하고픈 소망을 품으며 오래만에 지하철로 시내로 나선다. 세상 일은 원래 내가 바라는 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미래에 대해 조금의 무심함과 약간의 대범함을 가질 수 있기를. 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은 살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는 믿음이 커지기를.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했더라도, 사람마다 태생과 상황이 다른 것일 뿐임을 받아들이고 곧 뉘우치고 마음으로부터 화해하기를.

아침에 눈뜨고 저녁 잠쟈리에 들 때마다 감사햐는 마음을 가지기를.

건강상 술을 못 마시는 여생도 내 삶의 일부임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를.

생각보다 간절한 일종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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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적, 걱정말아요 그대

https://www.youtube.com/watch?v=Dic27EnDDls

 

장난삼아 자칭 <걱정학 박사>라고 주장합니다. 맨날 걱정에 치여 살아온 세월이 길어서 붙인 이름이죠. 걱정에 대한 가장 좋은 처방이 무엇일까요? 좋은 처방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는 하지만, 아무튼 걱정이 상당히 쓸모없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더라구요. 가끔 떠오르는 말은, 인생이 뭐 별 건 줄로 착각하지 마라, 산 속의 다람쥐나 길가의 들풀의 삶과 별로 다를 게 없는데 엄청난 의미 부여하지 말라는 법륜 스님의 말입니다.

25년전 원경스님은 제게 <지운(지혜로운 구름)>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시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라는 글을 손수 쓴 부채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제가 세상사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것이 병인 줄을 알고 지으신 것인지, 지금 생각하면 저에게 딱 맞는 처방전을 지어 주셨다는 느낌입니다.

인간은 원래 자유로운 존재인데, 밧줄도 없는데 스스로 묶였다는 무승자박이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속박하는 마음의 장치를 스스로 불러들여 스스로 족쇄를 채우며 산다고 하죠.

나는 내 자유를 잘 누리며 살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 보는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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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속의 뱀을 무서워하지 마라(박재희, 3분 고전)

 

杯中蛇影 - 진서(晉書)

인생을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상대방은 별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의 말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밤새 고민스러워하기도 하고, 심지어 상대방은 아무런 의도도 없었는데 스스로 상상하여 상대방의 어떤 의도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사자성어로 '배중사영(杯中蛇影)'이라고 합니다. '술잔(杯) 안의(中) 뱀(蛇) 그림자(影)'란 뜻으로 쓸데없이 의심을 품고 고민하는 상황을 놓고 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뱀이 없음에도 술잔 안에 비친 뱀 그림자를 보며 놀랜다는 뜻이죠. 실체도 없는 일에 괜히 쓸데없이 걱정하고 고민함을 뜻하는 말입니다.

 

疑心生暗鬼 杯中蛇影

의심생암귀 배중사영

의심하는 마음에서 어두운 귀신이 나오고

술잔 가운데 없는 뱀 그림자가 보인다.

 

진나라 역사책 <진서>의 악광전(樂廣傳)에 보면 악광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가 하남태수로 일하고 있을 때 자주 놀러오던 친구가 언제부턴가 발을 딱 끊고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악광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난 번 술을 마실 때 술잔 속에 뱀이 보이는 게 아니겠나. 한데 그 후로 몸이 좋지 않다네!"

악광은 그 일을 이상하게 여겨 친구가 앉아 있던 자리를 면밀히 조사해보았습니다. 결국 뱀 그림자는 그 친구가 앉아 있던 자리의 벽에 걸려 있는 활에 그려진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실제로 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활에 그려진 뱀 그림자에 놀랐던 것입니다. 악광은 다시 그 친구를 자신의 집에 초청한 다음 뱀 그림자의 실체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그제야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실체도 없는 뱀 때문에 병이 들었던 친구, 우리는 어쩌면 실체도 없는 일로 인해 공포에 떨거나 근심에 젖어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술잔 속에 비 실체도 없는 뱀 그림자에 놀랄 필요가 없듯이 아무런 실체도 없는 남의 평가와 의도에 지나치게 연연하여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인생도 흔들리게 됩니다.

실체도 없는 남의 평가에 연연하며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杯 中 蛇 影 잔 배 가운데 중 뱀 사 그림자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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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Franz Joshep Haydn, String Quartet No. 78 in B-Flat Major Op. 76-4 'Sunrise'

https://www.youtube.com/watch?v=gv_sUlqpu0k

 

오늘도 잘 모르면서 클래식 음악 한 곡 고르기는 이어집니다. 어제 골랐던 곡, '황제'로 불리는 현악 4중주 77번 C장조 Op.76과 더불어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을 대표하는 중요한 곡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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