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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2.08
제목
[김종철의 음악이 있는 에세이] 당신은 언제나 옳다 
첨부파일
 

* 이 에세이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부장님께서 보내주시는 음악 메일입니다.

 

 

「김종철의 음악이 있는 에세이」

당신은 언제나 옳다

 

 

 설날 새벽, 서설이 내립니다. 행신동 본가에서 스마트폰으로 메모장과 유튜브, 페이스북을 열어놓고 새해 첫 음악편지를 어렵사리 편집합니다. 임인년의 새 기운 받아 복된 한 해 만들어 가시기 기원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1. 배따라기, 내 마음은 외로운 풍차예요

 https://youtu.be/ZYlEra1vFWo

 

내 마음이 외로운 풍차면, 세상이 온통 외로운 풍차, 내 마음이 꽃밭이면 온 세상이 꽃밭. 세상이 마음에 안 들거든 내 마음을 닼아야 한다던 어느 날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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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체가 맘에 들게 잡히지 않는다면, 렌즈를 닦아라.

렌즈를 닦아도 여전히 피사체가 그대로면, 렌즈를 닦던 수건을 점검하라.

수건에도 문제가 없다면, 내 손이 더럽혀져 있지 않은지 점검하라.

내 손에도 문제가 없다면, 렌즈와 렌즈를 돌리는 회로를 점검하라.

그도 문제가 없다면, 맘에 든다 안 든다 하는 내 기준과 마음가짐을 점검하라.

 

일단, 피사체나 상대방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근거도 분명치 않은 내 확신을 버리라. 외부의 사물이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 망치를 들고 팰 놈을 찾고 있는 내 마음이 원인인 경우가 사실은 더 많더라.

 

거울에 먼지를 제거해야 내가 제대로 보인다고 하지만, 내 밖의 거울은 나를 제대로 비춰줄 수 없다. 거울이 나를 제대로 비춰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긴 언저리에서 나를 비춰주는 것이다. 굳이 닦아야 할 게 있다면, 거울이 아닌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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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강아솔, 엄마

 https://youtu.be/t9puVwek-gE

 

 남들이 다 뛰라고, 멈추지 말라고 말할 때, 힘들면 쉬어 가라고, 남들이 다 견디라 할 때 잠시 주저앉아 울어도 된다고 말해 주는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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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2019. 2. 1)

 

2019년 17권째 책을 펼치기도 전에 그 다음 책을 다 읽어 버렸다. 사전에 일련번호 붙이기를 중단하고, 손 가는 대로 읽어야겠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는 시종일관 '공감'을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제시한다. '우울증 진단을 내릴 때는 원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중심으로 하면서, 진단이 확정되면 갑자기 우울증은 생물학적 원인으로 생기는 거라며 약물치료가 치료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현대 정신의학을 비판하면서 자기의 실전경험 사례를 인용해 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곳곳에서 공감이 가는 깊은 통찰의 문구들을 마주쳤다.

 

(P86~88)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 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 바탕색이다. 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말이다.

 

(중략)

퇴직 후에도 여전히 의욕과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방부제를 많이 넣어서 썩지 않는 햄버거처럼 퇴직이라는 삶의 자연적인 흐름을 무언가로 계속 막다 보면 결국에는 터진다. 어차피 한 번은 직면하고 받아들여야 할 삶의 중요한 숙제를 계속 뒤로 미루다 보면 이자까지 붙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퇴직 후의 우울과 무기력은 반드시 필요한 감정 반응이다. 긍정적 신호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직장 생활은 한 인간이 입체적인 모습과 다양한 역할로 사는 시간이 아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도구로 살아온 시간이며, 사회적 성공이란 자기 억압의 결과물일 수 있다. 그런 삶의 끝에서 만나는 은퇴란 몸에 밴 자기 억압이 한꺼번에 풀리는 일대 사건이다. 과장하자면 평생 감옥에 있다 출소하면서 눈부신 햇빛에 눈을 찡그리는 출소자 같은 상태다. 24시간 정해져 있는 삶을 살다가 사방 어디로든 발을 떼어도 되고 언제 먹든 언제 잠자리에 들든 자유로운 상태다. 비로소 내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하지만 장기수로 살다 막 출소한 사람에게는 세상이 아득하고 두렵다. 그때 찾아오는 무력감과 우울, 피해 의식 같은 감정이 은퇴자의 감정이다. 우울과 무력감은 그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해 주는 거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그때의 무력감과 우울은 지금은 털썩 주저앉아 내 삶을 먹먹하게 돌아봐야 하는 때라고 알려주는 신호다.

 

(중략)

새롭게 활력을 찾겠다고 헬스클럽과 학원을 전전할 게 아니라 조금은 더 주저앉아 있을 때라고, 마음은 우울과 무력감을 통해 그걸 알려주고 있다.

 

(P 106~107)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충조평판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소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고통 속 상황에서 고통을 소거하면 그 상황에 대한 팩트 대부분이 유실된다.

 

(중략)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 줘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해줄 말이 별로 필요치 않다. 그때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그의 고통에 눈을 포개고 그의 먈이 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에게 물어줘야 한다.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P. 295)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과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나는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과장해서 한 만 배쯤은 더 많이 봤다.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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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훈아, 홍시

https://youtu.be/qHO_gvdq7vs

 

설날 새벽, 행신동 본가에서 듣는 나훈이 선생의 <홍시>는 느낌이 각별하네요. 엄마는 누구에게나 영원한 고향이고 우리 떠나온 바로 그 별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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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실에 나훈아 아저씨의 "홍시"를 올렸더니, 친구가 김진호의 "가족사진"이란 노래를 댓글로 올렸다. 듣다 보니, 나도 몰래 눈물이 났다.

 

페북 가족 그룹에 모아놓은 가족사진들을 들여다 본다. 2003년, 1993년, 1986년, 1978년. 엄마는 자식들을 꽃으로 피우고, 열매로 맺어 놓고 소풍을 마치셨다. 엄마는 나무였고, 엄마가 피운 꽃과 열매들은 다시 나무가 되어 또 새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전체 가족사진 찍은 게 벌써 16년 전이다. 그러고 보니, 막내조카까지 출동한 가족사진이 없네. 한 번 찍어야 할 텐데..다 모이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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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한 스트라우스 2세, 봄의 왈츠

https://youtu.be/hU3UrLkW89Y

 

잘 모르면서 클래식 한 곡 고르기는 새해에도 이어집니다. 설날은 어쩌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 아닐까 생각하며 골라 봅니다. 그러고 보니 춘분이 내일모레네요. 정말 봄은 바로 곁까지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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