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9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글입니다.

직불제, 제대로 활용하자 : EU 사례 검토 필요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농식품부는 국정과제로 농식품 창조경제, 유통구조 개선, 농가소득 안정, 복지농촌, 안전식품·안정공급 등 다섯 가지 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이런 국정과제들은 국내외적인 경제상황의 변화가 생기거나 또는 정권이나 장관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변경되어 왔다. 그런데, 이 중에서 역대 정권과 장관을 거치면서도 절대 농정의 주요 과제에서 빠진 적이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농가소득’ 부분이다. 최근에도 쌀 관세화문제나 FTA에 관한 회의에서도 농가소득에 대한 영향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농가소득을 중시하는 농정기조 속에서 직불제는 그 절정을 이루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농가소득을 보충하기 위해서 바로 정부가 직접 농민들에게 돈을 주는 정책이니 말이다.

EU 직불제, 농업 지속가능성 초점

농가소득 증대 목표나 직불제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산업 지원 정책이 자동차 생산자의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 생산자의 소득은 자동차 산업 발전의 결과이기 때문에 정책은 산업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농식품부가 이런 부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농가소득 목표를 너무 과대해석해서 농가소득 증대와 연결되지 않으면 모든 정책이 무의미한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농가소득 목표만 달성되면 그 방법과 과정은 불문에 부치는 경우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혼동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직불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쌀 소득보전직불제에 대해서 농식품에서는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농가에 직접 소득을 보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직불제의 목적이 소득보전인 셈이다. 이런 설명이 농민들에게 직불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초래하는 것 같다. 개념적으로 보면 이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직불제는 특정 정책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대상자를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면, 환경보전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농민들에게 환경직불금을 지급하거나 쌀 생산 경쟁력 향상을 통해서 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농민들에게 쌀 생산직불금을 주는 것 등이 사례가 될 수 있다. EU의 최근 직불금 개혁 사례를 보면 이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정책 목표 달성 위해 직접 지원

2014년에 개편된 EU 직불금 정책은 농가소득을 지원함으로써 농업이 당면한 경제적, 환경적, 지역적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총 7가지 직불금이 서로 연계되어 시행되고 있다. 먼저, 환경적 측면에서 저투입농법을 시행해야 하는 상호준수의무(Cross Compliance)규정이 모든 직불금의 기본조건으로 도입되었다. 둘째, 기초지불금(Basic Payment)을 받기 위해서는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줄여야 한다. 셋째, 여기에 직접적으로 특정 환경자원을 보존하면서 농업생산을 하는 농민에게 녹색지불금(Green Payment)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자연조건심각지역지원(Natural Constraint Support)정책을 통해서 단지 영농여건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조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 지급하고 있다. 또한 생산지원제도(Coupled support)는 특정 지역에서 특별히 경쟁력이 취약한 품목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에서 해당 품목의 생산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그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지원한다. 한편, 중소농가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 재분배지불금(Redistributive payment)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중소규모 농가들의 소득을 안정시켜서 지역적, 환경적 측면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농가소득 뒷밤침…정책 참여 유도

EU가 직불제 정책을 통해서 농가소득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EU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인 농업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 제고에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즉, 농민들이 새로운 시장상황에 적응하고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농법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정책의 목적과 수단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 농정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