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 농민신문에 실린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농업에 관한 위험한 생각들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쌀값 폭락으로 시름이 깊은 농업계에 또 다른 충격파가 가해졌다. 3월24일 경제전문지 〈매일경제〉가 내놓은 국민보고대회 내용 때문이다. 첨단농업을 주제로 한 그들의 발표내용은 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소득보전직불제를 폐지해 농업에서 차지하는 쌀의 비중을 현격하게 줄이고, 헌법을 고쳐 경자유전 원칙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188억달러에 달하는 농산물 무역적자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산업자본을 투입해 대규모 유리온실농업을 육성하고 수출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싱크탱크를 자처하는 일개 언론사의 의욕적인 주장을 일부러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제안에는 농업을 위한 희망찬 비전도 담겨 있다. 농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환영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힘들고 냄새나는 농업에서 깨끗하고 현대적 시설의 공장식 첨단농업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농업과 농촌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주장들이다. 헌법을 고쳐 비농업자본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고, 농업보조금을 줄여 비효율적인 부문을 도태시키는 등의 생각들은 언론사 기자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큰 담론들이다. 〈매일경제〉의 주장은 2009년 초 농업계를 강타한 이명박 대통령의 뉴질랜드식 농업개혁 발언을 연상시킨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매일경제〉의 주장에 효율성이 낮은 농업보조금을 과감히 줄이겠다고 화답하고 있다. 그는 또한 농업을 산업화한다고 해서 영세농가가 피해를 본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덧붙였다(〈매일경제〉 3월26일자). 이러한 주장의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

 농업소득은 농업인구에 역비례한다는 클라크의 경험적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매일경제〉가 제안하는 첨단농업은 수많은 농업인을 농업에서 축출하거나 농업노동자로 전락시킬 것이다. 고령화되고 생산성이 낮은 농업인 대신 생산성이 높은 로봇과 첨단시설로 무장된 기업자본 및 경영을 도입하자는 주장의 뒤에 거대자본의 탐욕이 숨겨져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농업보조금을 거두어 서해안에 최첨단 농업단지를 만들자는 주장은 과연 경제적으로는 타당한가?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첨단농업을 꿈꾸는가? 농업문제를 산업의 문제로 접근하는 국가는 뉴질랜드나 네덜란드 등 몇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농업에 엄청난 보조를 주어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성장을 꾀한다기보다는 농업을 소득과 사회활동의 기반으로 하는 농업인·농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소규모 가족농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을 산업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그들의 무지와 만용이 확산될까 두렵다.

 현 정부의 농정당국자들 사이에 소위 농업전문가 불신론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오랫동안 농업문제를 연구해 온 농업전문가들에게는 새로운 시도나 혁신적인 생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실에는 단순화되고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농업문제에 그대로 들이대는 위험한 발상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를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찾는 거대자본들이 부추기고 있다.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농업의 변화는 필수적이지만 그 방식은 점진적이고 균형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의 실패가 가져올 결과가 너무 파괴적이고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다. 농업이 산업자본이나 금융자본에게는 또 다른 수익원에 지나지 않겠지만 농업인들에게는 생존의 기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