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어느덧 8월의 정중앙에 도달했습니다. 9월 되고 10월 되면 한 해를 갈무리하는 모드로 바뀌는 걸 생각하면, 서서히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구나 싶어집니다. 한 살 더 먹으면 정말 환갑이 멀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는 게 잘 실감은 안 납니다.

서른 살은 어떻고 마흔 살은 어떻고, 육십 칠십이 되면 어떻다는 공자의 말에 핵펀치를 날린 아내의 한 마디가 메모되어 있네요. 나이 먹으면 더 지혜로와 진다는 헛된 상상을 버리고, 나이 먹어도 조심하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 90 노인에게 뭔 말을 하겠어?(2021. 8. 16.)

자왈: "오십유오이지어학, 삼십이립, 사십이불혹, 오십이지천명, 육십이이순,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

子曰: "吾十有五而志於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아내 왈: 그 당시 60이면 지금 기준 90이다. 누가 그 앞에서 쓴 소리 하겠나? 70세면 지금 기준 105세다. 뭔 짓을 한들 누구도 입도 뻥긋 안 한다. 그러니 지가 다 잘하는 줄 알지. 이순, 종심 다 착각이다!

신박한 견핼세.]

사진은 작년 오늘 전주혁신도시의 저수지 기지제에서 만난 석양 모습입니다. 그날그날 변하는 하늘빛은 천변만화라는 말이 잘 어울릴 듯합니다.

1.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https://www.youtube.com/watch?v=QvEQ8pw84mg

작곡자가 카치니가 아니란 게 밝혀졌어도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로 불리는 이 곡.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이 뭔가 복잡한 것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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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훈아, 홍시

https://www.youtube.com/watch?v=qHO_gvdq7vs

'엄마'와 '어머니'의 어감에는 큰 거리가 있습니다. 나훈아 씨의 <홍시>가 만약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고 시작하면 그것도 어색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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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어머니(2018. 8. 16.)

엄마. 혜민 스님의 글을 읽다가 이 한 단어에 눈물이 났다.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작,

https://www.youtube.com/watch?v=RNM26ekz0g0

요즘 혜민 스님의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짬짬이 읽고 있습니다. 트위터의 글처럼 몇 줄 안 되는 짧은 위로와 치유의 말들을 읽다가, 이 책이 스님들이 쓴 책 중에서는 유별나게 부모님 얘기를 많이 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이기 이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사람이니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제 기억에는 법정 스님의 글 중에 스님이 늙으신 어머니를 들쳐 업었는데 너무나 말라 마른 짚을 업은 듯한 느낌이 들어 슬퍼하는(꽤 오래 전에 한 번 읽고 지나간 거라 비유가 정확한 지는 모르겠습니다) 장면을 기술한 것 외에 스님들 책에서 부모님을 언급한 것은 잘 못 보았기 때문에 좀 이색적이었습니다.

혜민 스님의 마음 치유 과정 끝날 무렵에 옆의 수강생(?)들과 손에 손을 잡고 그 손이 자기 아버지의 손, 어머니의 손이라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고 하는데, 그 시간 마음수련장이 눈물 바다가 되고 만다고 하네요. 저는 오늘 그 부분을 읽기만 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병원에 누워계신 엄마 생각, 그리고 버스 타고 매일 엄마에게 다녀오시는 아버지 생각이 순간 스쳐갔기 때문일까요?

혜민 스님의 책에 '어머니'와 '엄마'의 어감 차이를 보여주는 예로 신경숙 선생님의 <엄마를 부탁해>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신경숙 작가께서 책 제목을 '어머니'를 로 시작하니까, 글이 시작이 안 되더랍니다. 그러다가 '엄마를' 부탁해..로 하니까 그 때부터 글이 술술 써지기 시작했다네요.

'어머니'라는 호칭에는 격식이 있지요. 예의를 차려서 불러주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격식 차려 부르는 게 아니죠. 저는 국민학교 6학년 때 무렵부터 아마도 40대 중반까지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어머니'라고 불렀었습니다. 어쩌면, 높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호칭을 쓴 것 같습니다. 100%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제가 의식적으로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렀던 건 가족들 건사하느라 고생하는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던 듯 합니다. 그러다가, 40대 중반 쯤의 어느 날,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다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연령이 퇴행한 것인지 모르겠고, 그 계기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예전부터 부르고 싶었던 호칭으로 '엄마'라 부르기 시작한 겁니다. 그 계기가 엄마의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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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ella ciao

https://www.youtube.com/watch?v=4CI3lhyNKfo

3년간 살았던 로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이 곡입니다.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한 판 전쟁도 생각나지요. 이순신 같은 전쟁영웅들은 사실 정권 차원에서 보면 위험한 사람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역사는 종종 혹은 늘 그렇게 잔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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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심층 탐방 2. 스키피오가의 가족 묘지(2019. 8. 16.)

기원전 312년 로마의 감찰관이었떤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에쿠스가 조성한 군사 이동 목적의 아피아 가도 초입에 로마의 명장이라 할 수 있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집안 묘지가 있다. 어느 정도의 명장이냐면, 이탈리아의 국가인 "이탈리아인의 노래"에도 '스키피오의 투구로 머리를 묶었다네'라는 구절이 등장할 정도이다.

이 무덤은 지금은 포르타 산세바스티아노 거리(Via di Porta San Sebastiano)라 부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아피아 가도에 한 포도원이 있었는데, 이 곳의 주인인 수도사 형제가 1780년 지하의 포도주 창고를 수리하다가 우연히 이 무덤 입구를 발견했다 한다. 오늘날 누구나 예약하면 무덤을 방문할 수 있지만,1780년 다시 발견되기 전 수세기 동안 이미 도굴꾼들이 다녀간 데다 1780년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비문과 무덤들은 모두 바티칸 박물관으로 옮겨져 예전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패권을 확보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로마는 당시 지중해에서 확고한 무역상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카르타고(현재의 튀니지)와 충돌, 제 1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64~241년)이 벌어지게 되고, 그 결과로 로마는 시칠리아를 지배하게 된다.

제 2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18~201년)에서 카르타고에서는 한니발이라는 탁월한 장수가 스페인을 거쳐 알프스산맥을 넘어 북쪽에서부터 로마를 치고 들어와 세계 전쟁사상 빛나는 승리로 꼽히는 칸나에 전투에서 로마군을 격파하고 로마를 위기로 몰아 넣는다.

이때 스키피오가 스페인에서 카르타고 군을 몰아내면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되었고 기원전 202년 카르타고 부근의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을 상대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 공적으로 아프리카누스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고, 마침내 로마는 지중해의 정복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한니발이라는 뛰어난 장수가 있었음에도 카르타고가 로마에게 패했던 중요한 원인이 로마의 중심부로 뛰어들어 분전하고 있는 한니발을 바로 카르타고 본국에 있는 정치가들이 끝없이 모함하고 본국으로 소환하려 하고, 식량과 무기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는 것이 참 아쉽다. 바다를 지키려 이순신 장관과 수군들이 애 쓰고 있을 때, 임금이 수군 해체령을 내리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는 건 오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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