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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6.08.04
제목
하나로마트 적자, 숫자로만 판단하면 안되는 이유 / 김한호 
첨부파일
 

2026.07.31 농민신문에 기고한 GSnJ  선임연구위원 김한호 서울대 명예교수의글입니다.

 

   

 

하나로마트 적자, 숫자로만 판단하면 안되는 이유

 

 

GS&J 이사 김한호(서울대 교수)

 

최근 농협하나로마트 적자 매장 비중이 해마다 커진다는 보도가 나왔다. 적자 매장 비중은 2020년 22%에서 지난해 57%까지 높아졌고, 운영사인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 모두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상품 경쟁력과 온라인 대응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으며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틀린 진단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숫자만으로 농협 유통사업을 평가한다면, 그것은 절반의 그림만 보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농협은 정반대 방향의 결정을 내렸다. 이달 중순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을 한달 유예하고 인상분의 80%를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떠안기로 했다. 2200억원 규모의 ‘힘내라! 우리 농업’ 프로젝트로 영농비·유통비용·금융부담 완화를 동시에 지원하고, 청년농민·귀농인에게는 최대 2.5%포인트의 이자를 지원하는 대출까지 새로 내놨다. 손익계산서를 어느 것도 개선하지 않는 결정이다. 그런데도 농협은 이 길을 택했다.

 

두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농협이라는 조직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온라인몰과 경쟁하는 유통기업으로서 수익성을 요구받지만, 동시에 대형마트가 들어오지 않는 농어촌지역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생필품 공급망이자 농산물 판매창구이기도 하다. 적자 매장을 쉽게 정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재값을 시장 논리대로 올렸다면 손익은 나아졌겠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농가 영농비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런 이중적 성격은 회계 감사의 영역에서도 확인된다. 농협경제지주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의 내부 검토 자료에도, 협동조합 지주회사는 익명의 다수 주주가 아니라 조합원(농민)이라는 특정된 이해관계자를 상대하는 만큼 손익 지표만으로 중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고려사항이 담겨 있다. 일반 기업의 목적이 주주가치 극대화라면, 농협의 목적에는 조합원의 편익 증진이 들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것이 방만경영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농민을 위한 조직이니 적자여도 괜찮다’는 안이한 논리는 오히려 농협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그 부담은 결국 다시 농민에게 돌아간다. 경영혁신은 협동조합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관건은 평가의 ‘기준’이다. 순수 민간기업이라면 만성 적자 매장을 신속히 정리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지만, 농협에 같은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면 고령농민들은 생필품 구매처와 농산물 판로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자재값을 시장가격대로 올리는 편이 재무제표상으로는 유리하겠지만, 그 몫은 이미 고물가·고금리로 지친 농가경영비에 고스란히 얹힐 뿐이다. 필요한 것은 ‘이익이냐 공익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느 손실이 ‘공익적 비용’이고 어느 손실이 ‘경영의 실패’인지 농협 스스로 투명하게 구분해 설명하는 책임이다.

 

국민이 농협에 요구해야 할 태도도 마찬가지다. 적자를 이유로 무조건 매장을 없애라고 요구할 수도, 반대로 적자니까 조합원과 정부가 무한정 떠안으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물론 국민·언론·정부가 농협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정확히 이해하고 협조하려면 강조했듯 농협 스스로 어느 부문 손실이 공익적 비용이고 경영실패인지 매년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 없이 필요한 개혁에만 힘을 쏟을 수 있다. 농협의 경영혁신은 바른 설명과 이해에서 출발한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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