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김천엔 안개인지 낮은 구름인지가 낮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안개를 보면 늘 드는 생각이,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은가 하는 것입니다. 그저 잘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고, 두려움을 뚫고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요즘 뭔 생각엔가에 골똘해진 제가 그냥 기다릴 것인지, 안개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거나 어�X거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 정태춘, 나는 누구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veeuC62hTQ

옛 현인 중에 가장 센 펀치를 날린 사람은 소크라테스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이 한 마디를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사십 불혹, 오십 지천명, 육십 이순이라는 공자님 말씀과 달리 50대 중반이 되어도 여전히 저 자신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 때문입니다.

나의 본질을 알기도 어렵지만, 그때 그때 발현되는 나의 상태도 잘 인지가 되지 않습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나 자신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구요.

에크하르트 톨레라는 프랑스 철학자(?)의 말을 보고 기가 막힌 구절이라 생각되어 적어놓은 글을 다시 읽어 봅니다.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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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의 반대는 '알아차림'

<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 저, 류시화 옮김 중

P89. 당신 존재의 궁극적인 진리는 ‘나는 이것이다.’ 또는 나는 ‘저것이다’가 아니라 ‘나는 있다.’이다.

P97. 에고는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상황에 대해서도 불평하고 분개하기를 좋아한다. 사람에 대해 가능한 것은 상황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즉 상황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늘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표현된다. ‘이 일은 일어나서는 안 돼. 나는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아.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불공평한 대접을 받고 있어.’ 그리고 물론 에고의 가장 큰 적은 지금 이 순간, 즉 그 삶 자체이다.

(중략)

무엇인가에 불만스러워하는 바로 그 순간 머릿속 목소리를 잡아챌 수 있는지, 즉 알아차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것도 좋다. 조건 지어진 마음의 방식, 하나의 생각에 불과한 그 에고의 목소리를. 그리고 그 목소리를 알아차릴 때마다 당신은 자신이 그 목소리가 아니라, 그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자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배경에는 알아차림이 있고, 전면에는 그 목소리, 즉 생각하는 자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에고로부터 해방되고, 관찰되지 않은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와진다. 자신 안의 에고를 알아차리는 순간,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더 이상 에고가 아니라, 오랫동안 조건 지어진 마음의 방식일 뿐이다. 에고는 알아차림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알아차림과 에고는 공존할 수 없다. 오래된 마음의 방식이나 생각의 습관은 당분간은 여전히 살아남아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의 배후에는 수천 년 동안 계속되어 온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이 가진 추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아차릴 때마다 매번 힘이 약해질 것이다.

P 125.

소심함은 종종 눈에 띄게 부정적인 자아의식, 즉 자신에게 무엇인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과 함께한다. 자기 자신을 이러저러하게 보는 관념 속 자아의식은 ‘내가 최고야.’라는 식의 두드러지게 긍적적이든, ‘나는 형편없어.’라는 식의 부정적이든, 어느 쪽이든 에고이다. 모든 긍정적인 자아의식 뒤에는 그럼에도 아직 충분히 좋지 않다는 불안이 숨어 있다. 모든 부정적인 자아의식 뒤에는 최고가 되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나은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우월감을 느끼고 그 우월감을 지속하려는 자신만만한 에고의 욕구 뒤에는 열등해지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숨어 있다. 반대로 열등감을 느끼는 소심하고 무능한 에고는 우월해지고 싶은 강한 욕망을 숨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접촉하는 상황이나 사람들에 따라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당신이 알아야 하고 자신 안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것이다. 누군가에게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낄 때마다, 그것은 당신 안의 에고이다.

P. 127

피해자의 역할도 에고가 매우 흔하게 연기하는 역할들 중 하나이다. 그 에고가 추구하는 관심의 형태는 ‘나’의 문제, ‘나와 나의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동정과 연민과 관심이다. 자신을 피해자로 보는 것은 불평하고 상처입고 몹시 화내는 것과 같은 에고의 많은 패턴 중 하나이다. 물론, 일단 나에게 피해자 역할을 부여한 하나의 이야기에 자신을 동일화하면 나는 그것이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리치료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에고는 자신의 ‘문제들’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데, 왜냐 하면 그것들이 에고의 정체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도 ‘나의 슬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나는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말하면서 자기를 불쌍하게 여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삶이나 다른 사람들, 운명이나 신에게 불공평하게 취급당하는 자신이라는 정체성을 갖는다. 그 정체성은 나의 자아상을 명확히 규정해 주고, 나를 누군가로 만들어 준다. 에고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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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소라, 바람이 분다

 https://www.youtube.com/watch?v=mRWxGCDBRNY

타인을 부러워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흔들림없는 확신을 가진 듯한 사람을 많이 부러워하는 편입니다. 나는 왜 저렇게 확신감있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지 못할까 하고 자책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다행인 지도 모르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처럼 확신없이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니체는 그런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듯이 주의, 주장에 집착하고 융통성없는 신념을 고집하는 사람을 다르게 바라보는 말을 남겼네요.

어느 일본 작가가 엮은 <니체의 말>에서 읽은 구절들을 가끔 읽어보곤 합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외에는 진리에 가까운 말은 없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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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만에서 나온 신념(<니체의 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적극적인 열정이 의견을 만들고 마침내 주의, 주장이라는 것을 낳는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언제까지고 의견이나 주의, 주장에 집착하면 그것은 융통성 없는 신념으로 변해버린다. 신념이 있는 사람은 왠지 모르게 위대해 보이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과거 의견을 계속 가지고 있을 뿐, 그 시점부터 정신 또한 멈춰 버린 사람에 불과하다. 결국 정신의 태만이 신념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옳은 듯 보이는 의견이나 주장도 끊임없이 신진대사를 반복하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고를 수정하여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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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두, 대화가 필요해

https://www.youtube.com/watch?v=faPQoNUC4GQ

아내랑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쌍방간에 얘기를 주고 받는 게 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 대화하는 걸 하고 있는 걸 보면, 남이 말하고 있을 때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자기 순서 되면 자기 할 만만 하고 치고 빠지는 경향이 엄청 강하다구요.

대화와 토론, 제대로 하기 정말 어려운 것 같더라구요. 약간 맥락이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남의 입장 생각 안 하는지 드러났던 집안의 에피소드를 기록해 놓고 가끔 생각해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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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젤 맛있다(2009. 7. 15)

1. 어제 그런 얘길 했습니다. 우리나라 방언들이 워낙 차이가 커서, 가령 제주도 사람과 강원도 사람이 각자의 사투리로 얘기하면, 서로 말이 잘 안 통할 거라고.

그런데, 국가가 다른 스페인 사람과 이태리 사람은 각자의 언어로 얘기해도 70%는 알아듣는다고 하네요. 두 언어가 워낙 비슷해서인데, 아마 로마의 지배가 큰 영향을 미친 거라구요.

2. 그런데, 방언 문제가 아니라, 세대에 따라서도 말하는 방법이 달라서 서로 오해도 생기고 마음 상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의 경우, 유교문화의 영향 탓도 있고 해서인지, 기쁨, 슬픔, 노여움, 즐거움 등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시질 않습니다.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알 수 없는 표현들을 종종 하시죠.

신혼 때, 본가 가족들을 불러 집들이를 했습니다. 요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아내가 요리책을 보아가며 이것저것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음식 만든 정성과 맛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은 아내, 아버님께 여쭤봤습니다.

(아내) "아버님! 음식 맛있으셨죠!!!^^"(생글생글)

(아버님) "먹을만 하다."

이 말이 아내가 두고두고 얘기하는 "먹을만 하다" 사건입니다. 사실 "먹을만 하다."라는 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죠. 말투에 따라 뉘앙스가 참 천차만별인데, 아내는 그 말이 그렇게 속상했답니다. '아니, 그럼 내가 못 먹을 음식이라도 준비했을 거란 말인가?-_-'..^^

3. 약간 차이는 있지만, 아버님의 말투가 또 한 번 아내를 황당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EU 대표부 농무관으로 벨기에 브러셀에 부임한 다음 해인 2004년 봄에 부모님이 3주 정도 방문하셨습니다. 셋째 이모님도 함께 오셨죠.

아직 동네 지리도 제대로 익숙하지 않은데, 아내는 서부독일의 지도를 펼쳐놓고 동선을 짜고 메뉴를 고민하고 해서 어렵게 여행일정을 짜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소나타 차에 어른 다섯 아이 하나 타고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2천킬로미터 독일 장정을 3박 4일만에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아내는 또 확인을 받고 싶어, 아버님께 여쭈었습니다.

(아내) "아버님, 아버님, 어디가 젤루 좋으셨어요?"

(아버님) "집이 젤 좋다.."

(나, 아내) '허걱..'

정말 그 답변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4. 주말마다 네덜란드도 모시고, 파리도 다녀오고 그렇게 3주를 보내고, 내일이면 부모님이 서울로 귀국하시는 날을 앞두고, 아내는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또 여쭈었습니다.

(아내) "아버님, 아버님, 이번에 브러셀 오셔서 무슨 음식이 젤루 맛있으셨어요?"

(아버지) "물이 젤 맛있다.."

(나, 아내) '허거걱..' 그 답변에 대해서는 저도 좀 신경질을 냈습니다. 아내가 고생고생했는데, 하필 그냥 사먹으면 되는 물이 젤 맛있다니요..ㅎㅎ

사실, 처가쪽은 음식이 좀 좋으면, "대따 맛있다!!!", 뭣 좀 잘하면, "아이구 잘했다"하는 오바쟁이 집안이거든요.

그런 집안에서 삼십년 가까이 살다가 "물이 젤 맛있다"는 멘트를 날리는 집안에 들어온 아내가 가끔 참 안쓰럽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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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Frank Sinatra, My way

https://www.youtube.com/watch?v=qQzdAsjWGPg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은 나의 것, 자기 식대로 사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