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연구위원 임정빈(서울대 교수)

  최근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9년 ‘바이오경제 2030’ 보고서를 통해 2030년 즈음 바이오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OECD 전망대로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규모는 2016년 8조6000억달러(약 1경원)에서 2025년 14조4000억달러(약 1경7000조원)로 연평균 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바이오산업도 연평균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바이오산업이 인구 증가·고령화, 자원 고갈, 기후변화, 환경 악화와 식량위기 등 글로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바이오산업은 높은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력을 가진 신성장분야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기술을 기반으로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바이오산업은 응용분야에 따라 레드(Red)·그린(Green)·화이트(White) 바이오로 구분된다. 레드바이오는 혈액의 색깔로 대표되는 보건·의료·제약 분야, 그린바이오는 식물의 녹색으로 대표되는 농업·식품 분야, 화이트바이오는 공해와 매연을 연상시키는 검은색을 하얀색으로 정화한다는 의미에서 환경·에너지 분야를 뜻한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통한 글로벌시장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최근 바이오산업을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바이오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계획과 전략을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부처 합동으로 ‘바이오산업 혁신정책 방향 및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핵심 내용은 지금까지의 보건·의료·제약 중심의 바이오산업 정책에서 벗어나 농업과 식품·자원, 환경·에너지 등 바이오산업 전 분야의 혁신을 통해 선진 바이오경제를 구현해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농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는 그린바이오산업을 새로운 혁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을 내놨다. 주요 내용은 마이크로바이옴, 대체식품·메디푸드, 종자, 동물용 의약품, 기타 생명소재(곤충·해양·산림)를 5대 유망 그린바이오산업 분야로 선정해 2030년까지 산업규모 12조3000억원, 고용규모 4만3000명이 될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 전략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농업과 생명공학기술이 긴밀하게 연계돼 만들어지는 기능성 식품, 생물의약품, 천연물 화장품, 생물 유래 친환경 신소재, 종자 등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핵심 원재료인 농산물과 농생명자원에 대한 수요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국산 농산물과 농생명소재를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린바이오산업의 발전은 정체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농업의 성장을 견인하면서 국내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해결책의 하나다. 하지만 그린바이오산업을 우리 농업의 실질적인 신성장동력원으로 만들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국내 농업과 연계된 그린바이오산업의 육성과 생태계 조성이 필수다. 국산 농산물·농생명자원이 국내외 유수 그린바이오 산업체의 유용한 원료·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이를 통해 한국 농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이제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