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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1.02.22
제목
미.중 격돌과 지는 WTO 다자체제 / 서진교 
첨부파일
 

2021.2.19 아주경제신문에 실린 GS&J 이사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의 글입니다.

 

   

 

미.중 격돌과 지는 WTO 다자체제

 

 

GS&J 이사 서진교
(KIEP 명예선임연구위원)

 

이번 주 초 세계무역기구(WTO)는 일반이사회를 개최하여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후보를 제7대 WTO 사무총장으로 선정하였다. 이에 따라 GATT·WTO 7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또한 아프리카 출신이 WTO 수장에 오르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WTO가 처한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WTO 체제가 앞으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WTO가 직면한 문제가 모두 하나같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소기구의 기능정지 문제만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WTO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법에 기초한 회원국 간 통상 분쟁의 해결이었다. 그러나 상소심을 담당할 위원이 한명도 없어 WTO 상소기구는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상소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그동안 미국이 임기가 만료된 상소위원을 대체할 신규 상소위원의 선출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함으로써 미국의 입장이 바뀌어 새로운 WTO 상소위원이 임명되고 상소기구도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상소위원 임명 저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계속된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상소위원 신규임명 저지의 근본 원인이 상소기구에 대한 불신에 있기 때문에, 상소기구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소기구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중국의 보조금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미국은 중국이 국영기업을 통해 많은 산업보조금을 지급해 왔고, 이러한 중국의 행위는 WTO 위반인데도 상소기구가 이를 적절히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WTO가 미국의 불만을 수용해 중국의 산업보조금 및 지재권을 규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의 국영기업은 현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WTO가 중국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결정을 할 권한도 없으며, 또한 그러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WTO는 철저히 회원국의 컨센서스에 의해 운용되는 조직이다. 따라서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중국이 반대하면 미국은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WTO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무역협상을 통한 시장개방의 확대와 새로운 무역규범의 제정기능은 어떤가? 2001년에 출범한 도하개발어젠다(DDA) 다자무역협상은 지금 살아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특히 미국은 DDA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2019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제11차 WTO 각료회의는 역사상 처음으로 각료선언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DDA 핵심 이슈마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또한 서로 뿌리 깊은 불신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협상 분위기이다. 개도국은 다자협상을 통한 시장개방의 혜택이 대부분 선진국에 돌아갔다고 믿고 있다. 이에 따라 개도국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농업분야에서 보조금 철폐와 과감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농업보조 감축 없이 미국만의 보조 감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농업에 대한 보조가 급격히 증가, 지금은 절대액으로 미국보다 많은 무역왜곡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니 미국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중국의 개도국 지위 문제로 다시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입장이다. 농업은 미국과 중국 모두 국내 정치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무역협상에서의 핵심 쟁점들이 쉽게 타협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WTO가 처한 이러한 상황을 냉철히 판단해 본다면, 향후 WTO 다자무역체제가 다시 부상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최근 급부상한 복수국간협정이다. 복수국간협정은 소위 마음이 맞는 유사한 국가끼리(like-minded countries)의 무역협정을 말한다. 작년에 타결된 RCEP나 최근 논의가 쟁점이 되고 있는 CPTPP도 일종의 복수국간협정(PA: Plurilateral Agreements)이다.

 

복수국간협정이 중요한 것은 향후 글로벌 무역규범이 복수국간협정을 통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사한 국가끼리 모여 협상을 하니 빠른 협상 타결이 가능하고 타결은 곧 새로운 무역규범의 탄생을 뜻한다. 비록 무역규범의 적용대상이 협상에 참가한 회원국에 한정되지만 회원국 안에 경제력이 큰 국가가 있다면, 복수국간협정은 실질적으로 WTO 규범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국과 EU, 일본이 협상을 하는 경우 이들 3개국의 세계 GDP 비중이 거의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이들이 만든 규범은 세계 경제의 절반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들 국가의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의미있는 무역규범 논의는 대부분 복수국간협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디지털무역규범은 WTO 안에 있긴 하지만 원하는 회원국만 참여하는 복수국간협정을 취하고 있다. 환경상품협정이나 서비스 시장개방협상도 비록 중단되어 있으나 복수국간협정이다. WTO 출범 이후 합의가 이루어진 협상은 무역원활화협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복수국간협정이기도 하다.

 

이제 164개 회원국이 모여 합의를 도출해 내는 전통적인 다자협상은 상당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기존 전통우방국을 엮는 방식으로 다양한 복수국간협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기보다 뜨는 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출처: 아주경제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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