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nJ 농정혁신연구원장 황의식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국정과제 설정에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농정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화 여정에서 소외되고 도농격차가 심화된 농업·농촌의 새로운 회복과 혁신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보다 창의적인 정책대안을 탐색해 농업농촌 백년대계의 모습이 그려졌으면 한다.

농정예산의 확대, 농가 경영안정대책 강화 등 핵심적이고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신정부의 새로운 농정전환 의제 설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농정예산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농정조직이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그릇을 필요로 한다. 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새롭게 변화하고자 한다면 농정분야 정책추진조직도 예외 없이 변화해야 한다.

첫째, 농어촌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삶의 질 제고 정책을 강화하도록 ‘농어촌 삶의 질 위원회’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농어촌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농산업 육성만이 아니라 교육, 의료, 주거, 돌봄, 여가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지역은 효율성의 논리로 보면 사회서비스가 낙후될 수밖에 없다. 또 다양한 부처가 관여돼 있어 자칫하다가는 농어촌지역은 소외받기 쉽다. 이의 컨트롤타워가 ‘농어촌 삶의 질 위원회’인데 그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어촌 삶의 질 개선 대책추진에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만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각이다. 

농어촌지역 균형발전은 신정부의 시대정신이다.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둬야 범부처적으로 대책 마련과 추진이 가능해 진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 농업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농촌진흥청 연구조직이 적합한 체계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래농업에 필요한 기술혁신과 이의 사업화가 중요한 과제다. 민간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산업화가 꿈틀대는 혁신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기관이 민간영역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미래농업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농진청의 일부 영역의 연구조직을 선별해 출연연구기관으로 전문화해야 한다. 개발시대 농업 연구개발, 기술보급체계로는 농업혁신을 실현할 수 없다. 외국의 농업연구조직이 혁신하는 것을 참조해야 한다.

셋째, 청년 미래세대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독립화와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농신보는 기금 부족을 이유로 후계농육성자금 지원에서 3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례보증이 아닌 50%의 신용보증으로 축소, 자금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혁신성을 갖춘 청년농이 스스로 담보능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개선을 누가 추진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이래서는 농업혁신은 어렵다. 기술과 금융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농신보의 신용보증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이다. 농신보 정부출연 확대 등이 필요하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느낌이다. 또한 농신보의 적극적인 신용보증과 위험 흡수능력을 제고하는 역량을 강화, 농업금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넷째, 지자체의 창의성과 차별화된 농정추진을 위해서는 포괄보조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너무 많은 세세한 정책매뉴 설계와 지침을 지자체에 내려보내면 지역은 여건에 맞게 조정해 사업추진하기가 어렵다. 과감하게 지역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지자체 대상 농정사업을 포괄보조사업으로 통합해야 한다. 하나의 포괄보조사업이 아닌 몇 개의 정책영역(아젠다)을 구분하고 영역별로 지자체 포괄보조방식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농업농촌부문은 지역적 차별성이 커 획일화하기는 어렵다. 농정의 분권화가 필요하고, 지방분권은 새로운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