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7 한국농어민신문에 기고한 GSn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글입니다.

벼 재배면적 감축, 획기적 유도책이 먼저다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식품부가 쌀 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 같다. 지난 12월에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25~29년)｣을 발표하여, 벼 재배면적 감축, 품질 고급화, 신규 수요 창출, 산지유통 경쟁력 강화, R&D 기반 확충 등 5대 과제를 제시하였고, 여기에 추가해서 농식품부는 수확기 쌀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높은 가격으로 쌀을 매입하는 RPC에 대해서 벼 매입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대책(2024.12.23.)도 발표하였다. 장기적으로 쌀 산업의 구조개선 방향을 지향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요구되는 쌀값에 대응하는 모양세다. 나름대로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나온 방안일 텐데, 이를 어떻게 우리 농업의 발전을 위해 활용할 것인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농민과 농업계 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은 8만ha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와 그 추진 방법에 집중해 있는 것 같다. 여러 신문의 칼럼과 사설에서는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지자체에 할당하고 농가에게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강압적인 추진방식을 비판하고 있고, ‘가격’을 ‘양’으로 잡는 방식도 농가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수입쌀 40만 톤을 먼저 해결하라거나 쌀에 대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양곡관리법에서 주장하는 시장격리와 같은 방식으로는 쌀 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한 현 상황에서, 비판도 필요하지만 많은 농민을 설득하고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건설적인 해법이 더욱 요구된다.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대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벼 재배면적 감축은 쌀 산업과 우리 농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이다. 쌀 생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 농업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 그래서 현재 쌀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을 자연스럽게 다른 작물로 유도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몇 가지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 정책이 시장상황에 따라서 일관성 없이 움직이면 안 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직불제를 주로 사용하는 정책에서는 가격변동에 개입하는 것은 정책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한 번 개입하게 되면, 그 입장과 정책을 다시 바꾸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농업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된다. 과거 변동직불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것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정책에 농식품부의 대응이 일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농업 수입안정보험과 재해보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쌀값에 상관없이 농가가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은 농가가 농업 분야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농업인의 절반이 생산하고 있는 쌀에 대해서 국세청 소득 확인없이 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류상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농업소득과 생산에 대해 정부가 보상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

셋째, 쌀 생산 중단을 조건으로 농업인이 얻는 쌀 순수익의 120%를 지급하는 직불제 도입을 제안한다. 기본 방향은 벼를 재배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농가와 협약을 맺고 이전 3개년 평균 쌀 농업순소득의 120%를 ‘(가칭)식량안보 직불금’으로 5년간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농지에 대해서는 휴경, 타작물 재배, 태양광 설치 등 농민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활용하고, 생산물은 정부 지원없이 농민이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농업진흥지역 10%에 대해 적용하면, 7만ha 정도로 이번 대책의 목표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추계해 보면, 2023년도 10a당 논벼 농업순소득이 약 34만 원이기 때문에 120%(41만 원)를 쌀 생산 면적의 10%(약 7만ha)에 적용하면 연간 약 2890억 원이다.

이것이 식량안보와 관련되는 것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농지를 보존하는 것과 타작물 재배를 통해서 쌀 이외 작물의 자급률 향상에 기여하고 또 농업인의 역량강화와 농업기술 발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농민에 대한 과도한 지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쌀값 논쟁에 따른 제도적 손실, 농가의 자생력 증대에 따른 농업경쟁력 향상, 농약과 비료 투입 감소에 따른 환경보전 효과, 농가경영 안정에 따른 농촌공동체 복원, 다양한 품목 재배에 따른 소비자 선택 확대, 잠재적인 청년층의 유입 증대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의 효과를 고려하면, 오히려 예산 효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제발전론에 ‘빅푸시(Big Push)’ 이론이 있다. 농업에서도 많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