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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12.05
제목
양곡관리법, 해방 직후로 되돌릴 것인가 / 김한호 
첨부파일
 

2022. 11.29 세계일보에 기고한 GS&J 이사 김한호 서울대 교수의글입니다.

 

   

 

양곡관리법, 해방 직후로 되돌릴 것인가 

 

GS&J 이사 김한호(서울대 교수)

 

‘양곡매입법’(매입법)은 1948년 한국이 공포한 첫 농업법이다. 정부는 생계비, 물가 등을 고려해 매입가격을 결정하고 농가의 자가용 식량과 종자를 제외한 모든 양곡을 매입해야 했다. 해방 직후 식량 부족 상황에서 양곡의 사적 거래와 해외 유출을 금지해 국민 식생활을 보장하고 경제 안정을 이루려는 목적이었다. 양곡의 무단 국외 유출자는 사형까지 처하도록 규정했는데 당시 양곡 부족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매입법은 부족한 양곡을 국민에게 고루 배분하려는 고육책으로서 정부 관점에서 보면 재량권 없는 양곡 의무매입법이었다.

 

매입법은 1950년 ‘양곡관리법’으로 대체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양곡 부문의 최대 변화는 국내적으로 쌀은 공급초과가 되고, 국제적으로 정부 정책 개입은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을 따라야 하게 된 것이다. 2005년 정부는 이런 변화에 맞추어 60년 가까이 유지되던 정부 매입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도와 직접지불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온갖 생산조정 조치를 도입했지만 생산기술과 소비 감소가 합작으로 빚어내는 쌀의 공급과잉은 누그릴 수 없었다.

 

쌀 자급은 한국 농정의 오랜 목표였다. 그래서 연구개발(R&D), 생산기반 개선 등 정책적 역량을 쌀에 집중해온 결과, 쌀은 생산성과 작업 수월성에서 어떤 작목보다 앞서게 됐다. 쌀은 거의 100% 기계 경작이 가능하다. 많은 품목이 1000㎡ 경영에 수백시간의 노동 투입을 요구하지만, 쌀은 10시간 미만이다. 현재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이 67세인데, 이런 고령 노동과 노동 요구량 구조에서 쌀은 대체 불가 품목이 되었다.

 

그러나 쌀 소비 변화는 반대 방향이다. 1991년 116.3㎏이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작년 56.9㎏이 되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인구는 감소하고 식품 선택 폭은 넓어지는 상황에서 생산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쌀 공급과잉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먼저 하면서 중요한 교훈을 남긴 사례가 있다.

 

 ‘농업조정법’(AAA)은 1933년 미국이 농산물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첫 농업법이다. 미국은 90년 가까이 정부 주도 생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에 대응했다. 미국은 생산조정, 시장격리 등 직접 공급통제로는 농산물 수급균형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문제는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직접지불 방식으로 접근하여 가격의 수급조절 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위험관리제도를 보강하여 농가의 자율적 경영관리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쌀은 자연·인문 환경을 좇아 역사가 우리에게 준 주곡이며 국민정서와 문화의 뿌리다. 세계적으로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이때 쌀 자급은 지켜야 한다. 국회는 초과공급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양곡관리법개정안’을 놓고 소란하다. 정부가 재량권 없이 양곡을 의무 매입하는 해방 직후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급과잉으로 상황이 그때와 정반대다. 부족한 양곡의 증산을 지향하던 해방 직후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쌀 공급과잉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쌀이 ‘정치재(財)’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시장재’가 되어 튼튼한 주곡이 되는 것이다.

 

[출처: 세계일보]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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