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에세이는 마사회 고객서비스본부 김종철 본부장님께서 보내주시는 음악 메일입니다.
「김종철의 음악이 있는 에세이」
늘 맑기만 하면 사막이 되어 버린다
*늘 맑기만 하면 사막이 되어 버린다. 그렇겠군...*
-----------------------
(드보르작 <유머레스크>)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저는 휴일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퇴직선배님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 우이령 고개를 넘기로 했습니다. 소풍 또는 원족 되겠네요.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북한산 숲의 향기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설렙니다. 인생이 늘 맑은 날이었으면 하는 생각에 어떤 시인이 '늘 맑기만 하면 사막이 되어 버린다'고 일침 박은 글 제목이 생각나네요. 흐리고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지구고 인생이겠지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드보르작 <유머레스크>
https://www.youtube.com/watch?v=WmAZoexenx8
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드보르작의 <유머레스크>를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시즌 4 이전에도 다른 분의 이 곡 소개글을 전해드린 듯한 기억이 남아 있네요. 같은 곡을 다른 해설을 들으며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죠.
---------------------------------------
"선생님, 이 곡에 '유머레스크'라고 이름을 붙이셨는데, 왜 웃음이 안 터지죠?" 미국의 한 만화가는 드보르작에게 따져 묻는 캐리커쳐를 그렸다. '소비자 고발' 느낌이랄까. 만화 속 드보르작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음악은 가볍고 지적인 유머를 담을 수 있지만, 코미디처럼 폭소를 유발하기는 적당치 않은 장르인가 보다.
드보르작은 뉴욕음악원장 시절인 1894년 모처럼 고향 보헤미아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이때 수집한 '스코틀랜드 춤곡' 선율을 활용해서 그해 8월 27일 여덟 곡의 <유머레스크>를 완성했다. 그중 7번째 곡 Gb장조는 드보르작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해서 "드보르작의 <유머레스크>" 하면 바로 이 곡을 가리킨다. 이 곡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이후 가장 널리 사랑받는 피아노 소품으로 꼽힌다. '다소 느리게, 우아하게'라고 돼 있는데, 사뿐사뿐 춤추듯 걸어가며 호기심에 찬 눈으로 멋진 풍경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중간 부분에는 애수 어린 서정적인 멜로디가 등장한다.
이 곡은 바이올린, 첼로,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편곡으로 연주되며, 여러 종류의 가사가 붙어 있다. 1930년대, 미국에서 누군가 애교 있는 가사로 이 곡을 진짜 유머러스하게 만든 적도 있다. "승객 여러분, 열차가 정거장에 서 있는 동안에는 변기의 물을 내리지 말아 주십시오." 미국 연방대법관 윌리엄 더글라스는 뉴헤이븐 열차를 타고 가던 중 화장실 입구에서 이 경고문을 봤으며, 드보르작의 <유머레스크>에 이 구절을 넣어서 최초로 노래한 사람이 자기라고 주장했다.
슈만과 차이콥스키의 작품 중에도 <유머레스크>가 있으니 드보르작의 이 곡과 비교해서 들어보시길!
슈만, 유머레스크
https://www.youtube.com/watch?v=hEUEjXbgYj0
차이콥스키, 유머레스크
https://www.youtube.com/watch?v=u0s087NdCcY
---------------------------------------
2. 김민기, 봉우리
https://www.youtube.com/watch?v=3DMQc76GfzQ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는 게 맞는 것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봉우리를 향한 끝이 안 보이는 행군 같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길었습니다. 등산길에 비유한다면 이젠 하산길에 접어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생각컨대는 등산에 비유하고 싶지 않네요. 넘어지지 않으려 너무 애써야 한다는 생각에 버거워요. 정호승 시인의 비유처럼 그저 산책이려니 생각하며 살고 싶습니다.
---------------------------------------------
봉우리가 아니고 능선이었을까(2018. 5. 9.)
서울을 향해 출발!
작년 5월에도 한국행 비행기를 탔었지. 엄밀하게는, 많이 아픈데 말 안 통하는 이태리에서 치료하기 버거워 후송됐었지.
1년 뒤 내 업무 보러 내 발로 한국으로 가게끔 회복된 것, 참 감사한 일이다.
행사와 총재 방한, 모두 무사히 잘 진행되리라 믿으며, 주말에 돌아와 쉰두 번째 생일을 기쁜 마음으로 맞으리라.
김민기 씨의 <봉우리> 노래에 보면, 어릴 적 가장 높은 봉우린 줄 알고 애써 올라보니 봉우리도 아닌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사가 나온다.
지난 1년간 지나온 길이 끝나는 지점이 그저 고갯마루일지, 봉우리일지 모르는 일이지만, 어쩌면 내 삶에서 제일 험한 봉우리를 넘어온 건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온 길이 봉우리일지, 고갯마루일지 모르지만, 하여간 같은 노래의 가사처럼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씻어 주리라 믿고 이제는 봉우리건, 고갯마루건, 그냥 산길이건 능선이건 구애받지 말고 정말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가도 되지 않을까.
전원 오프.
---------------------------------------------
3. 김용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 주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9ZZ_4Jcrx4
인생이 나에게 술 한잔 사 주지 않았다는 말은 실은 그닥 맞는 말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 들 때도 있는 법일 테지. 먼저 인생에게 술 한잔 사겠다고 하면 안 될까?
----------------------------------------------
친절하자(2019. 5. 9.)
친절하자. 우린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으니까.
6월말 실무자급 면담 주선이 필요해서 작년에 접촉했던 이 부처, 저 부처 메일을 보냈는데, 이틀 지나도 답이 없는 데가 많은 가운데, 어느 부처 과장님은 자기가 자리를 옮겼노라고 하면서 후임자에게 구두로 얘기를 해 두겠다고 하고, 후임자는 내가 미처 연락하기 전에 먼저 자기가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고 편한 시간을 알려 달라고 메일을 보내왔다.
안 그래도 총재 모시고 가는 출장 막바지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마당이었는데, 그 친절한 메일을 받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친절이 사람을 살린다. 그 과장님은 아직 만나보기 전인데, 이미 좋은 인상으로 자리잡았다.
----------------------------------------------
4. 진성, 안동역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5MS-GpklkHs
어린 시절 학교 문턱에도 가 보지 못한 내 어머니는, 칠순이 가까와져 다닌 노인대학에서 한글을 배우셨습니다. 소반 펴놓고 한글 연습하느라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초등학생같은 예쁜 글씨로 써 놓으시기도 했지요. 처음 내리는 눈이 엄마에겐 '첫눈'이 아니라 발음 나는대로 '천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