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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7.07
제목
[산골여행 10] 2월 24일, 아쉽고 그립고 슬프다 / 이정환 
첨부파일
 

* 이정환 이사장이 지난 겨울 다녀온 산골여행 열번째 글입니다.

 

 

 

「산골여행 10」

2월 24일, 아쉽고 그립고 슬프다

   

 

GS&J 이사장 이정환

 

 

 

내일이면 ‘동안거’가 끝난다. 가져온 책은 반도 못 읽었지만 앞으로 수년간 할 일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그래도 위로가 된다.

마지막 저녁, ‘최후의 만찬’을 어찌할까. 나의 주특기 메뉴 바지락, 가리비, 새우를 포도씨유에 볶아내는 ‘이정환표 해물찜’으로 하자. 화이트 와인을 넣어야 하지만 소주로 대신하고 마늘과 양파를 듬뿍, 그리고 방울토마토를 충분히 넣어 볶고 끓여 완성. 그리고 비프스테이크, 쇠고기 등심 한 조각에 소금 후추를 뿌리고 레드 와인을 부었다가 프라이팬에 구워냈다. 국물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도 내 주특기, 파국이다. 요리하고 난 프라이팬에 물 한 컵 반을 붓고 파를 굵게 썰어 넣은 후 조선간장으로 간하여 끓였다. 훌륭하다. 밥은 여기 도착한 날, 쌀 세 컵으로 밥을 지어 여섯 공기에 담아 놓았으므로 그 마지막 공기를 냄비에 넣어 중탕으로 덥혔다. 어찌 술이 빠질쏘냐! ‘동안거’ 출발할 때 레드 와인과 소주 각 세 병을 준비했다. 그간 아껴 마시고 요리하는데 와인과 소주 반병 정도씩 썼다. 이제 와인 한 병과 소주 반병이 남았다. 술을 즐기는 것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게 가져왔는데 아직 이렇게 남아있다는 것이 대견하다. 명색이 ‘동안거’인데 술판을 벌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절제에 절제를 거듭한 결과이다.

해가 서쪽으로 지고 창문 가득한 남쪽 하늘이 점점 짙은 회색으로 변한다. 능선 위 하늘에는 석양을 받은 옅은 붉은색이 스며들어 회색과 서로 어울려 퍼지며 멋진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조금씩 더 어두워졌다. 불을 켜지 않아 방안은 어둡다. 유튜브를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그중에 그대를 만나’, ‘바람이 분다’, ‘북한강’, ‘인연’, ‘옛사랑’, ‘그날들’, ‘낭만에 대하여’가 흘러나온다. 스피커를 높은 들창 틀 위에 올려놓으니 벽과 천장이 모두 나무로 된 방안 전체에 울려 퍼져 콘서트홀에 온 기분이다. 그렇게 아꼈던 와인 한  병을 다 마셨다. 하긴 이날을 위해 남겨두었던 것 아닌가.

 

 

 

 

오늘이 음력 24일, 달은 기울고 별이 빛날 것이다. 충분히 옷을 뒤집어쓰고 황토방 앞에 나오니 별이 가득하다. 몇 년 전 호주 사막 한가운데, 울루루(Uluru)에서 보았던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또 내가 어렸을 때 바깥마당 멍석에 누워 보았던 은하수 빛나는 밤하늘에 미치지 못하지만, 수많은 별이 빛났다. 황토방 뒤 산기슭이 북쪽 하늘을 가렸지만, 북두칠성은 겨우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펜션 입구마당에 내려가면 북쪽 하늘도 좀 더 보였을 텐데---그때는 그 생각을 못 했다. 항상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생각이 못 미쳐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와인 한 병 마신 기분을 안고 따끈한 온돌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다본다. 두툼한 나무로 깎은 서까래를 방사형으로 펼쳐 만든 용마루가 멋있다. 매일 오후 4시경에 주인이 온돌 구들 깊숙이 장작불을 밀어 넣었으므로 방은 더울 정도이다. 다음날 오후가 되면 온도가 내려가 외투를 걸쳐야 하는 것이 약간 아쉬움이지만.

 

음악은 호로비츠가 바로 내 나이인 75세에 뉴욕필과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바뀌고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75세에 건반을 누비는 그의 질풍 같은 연주가 경이롭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에도 10년 이상 왕성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 전설의 피아니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쓰러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며. 그 능력, 그 인기, 그 정력에도 그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러면서도 90 가까이 연주를 이어갈 수 있게 한 에너지는 무엇이었을까? 75세에 그는 그에게 남겨진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술은 항상 나를 한없이 감상적으로 만든다. 지나간 많은 일이 머리를 스치고 어머니 아버지, 세상을 떠난 누님, 동생, 가까웠던 선배, 친구들도 생각난다. 아쉽고, 그립고, 슬프다. 그냥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다. 예전에는 이런 때 나를 아끼시던 누님이나 친한 친구에게 밤늦게 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늙은이가 하면 주책이 될 것이어서 오늘은 잘 참았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라는 문자 하나만 허공에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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