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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7.31
제목
아내와 함께한 8박 10일의 발칸여행(1), 출발: 비행기에서 
첨부파일
 

이 여행기는 GS&J 허윤진 연구위원님이 쓰신 글입니다.

 

- 글을 쓰면서

저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4일까지 발칸반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를 여행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8박 10일의 발칸여행이란 제목으로 소위 여행기를 쓰자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딱히 내세울 이야기도 없고, 또 흥미롭게 쓰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평소 아는 분 8부부가 함께한(여행사 가이드가 안내하는) 단체여행이라, 여행의 묘미가 적을 수밖에 없는 반면, 발칸지역에 관한 여행기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자세한 여행기가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글을 구태여 쓰는 이유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GsnJ 이정환 이사장님이 여행기를 올려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에 그러겠노라 답한 말빚이 있고, 나 자신 여행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번 눈길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이 있어 글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읽어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발칸여행(1), 출발: 비행기에서

 

 

집사람과 함께 떠나는 8박 9일의 발칸지역 여행이다. 공무원 퇴직 후, 농어촌공사에 근무하면서 중간 중간 2박 또는 3박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일본이나 동남아를 여행한 적은 있지만, 8박 10일이라는 비교적 긴 기간 동안의 여행은 처음인 것 같다.

 

12시 5분발 뮌헨으로 가는 루프트한자항공의 출발 시간에 맞추어 아침 7시 반 집을 나선다. 3시간이나 앞서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일행 대부분 속속 도착한다. 모두 8부부 16명,  공항 도착 매너로 보아 좀 신경 쓰이는 여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단체 여행에서 릴렉스 할 수 있는 편안함까지 찾겠다니.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일일거란 생각이 든다.

 

혼자 떠나는 여행, 모르는 사람들과의 단체여행, 잘 아는 사람들과의 단체여행, 모두 각각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자칫 단점만이 부각되어 여행 후 서로 서먹하게 되는 경우도 보았다. 이번 여행은 참가자들의 면면으로 보아 다소 불편할 순 있겠지만, 서로 최선을 다하는 여행일 거란 생각이 든다.


비행기는 제 시각에 출발한다. 비행기 안, 지루해져 기내 영화와 다큐방송을 넘나들어 본다. 독일 국적 항공기라서 그런지 별로 보고 싶은 것이 없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보던 책이라도 들고 오던지 아니면 핸드폰의 팝케스트 방송이라도 들을 수 있게 이어폰이라도 가지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이번 여행 짐을 쌀 때 내가 한 것이라곤 칫솔 등  세면도구 챙긴 것뿐이니까 빠뜨려 후회하는 물건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Runners in the Desert’ 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찾았다. 아타카마사막(칠레), 고비사막(중국), 사하라사막(아프리카), 남극 등 4곳 각각 250킬로미터를 5일간에 달리는 네 사람의 이야기인데, 이 4곳을 완주하면 사막달리기 그랜드 슬램이라 한단다. 이들 네 사람은 모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만,  할 수없이 중간에 포기하고 엉엉 우는 사람, 그 극한을 못 견디고 사망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나온다.


왜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저런 극한의 행동을 할까. 공명심 때문일까 고통 끝에 오는 행복감 때문일까. 모두 맞는 말일게다. 그런데, 중도에 포기하고 억울해 우는 사람의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실망감과 억울함 때문에 우는 것일게다. 누군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다지만 실패는 실패일 뿐.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있어야 하고, 또 그러한 노력을 하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사람들은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만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가. 저기 달리기를 중도에 포기하고 우는 사람은 그러한 소중한 경험을 못하는 것이 억울해서 우는 것일게다. 젊은 날의 고생과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졌던 소중한 경험은 인생의 큰 자산으로 남게 되는데, 젊은 날에 가졌던 용기와 자신감이 그리워진다. 아 아 그러나 어찌하랴. 성공의 용기와 자신감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것을.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그사이 비행기는 어느새 우랄산맥을 넘는다.

 

이번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과거 이탈리마 로마에서 근무할 때, 크로아티아 관광청의 TV 관광홍보를 보고, 크로아티아를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 희망이 이루어져 좋다. 또, 우선 집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서로의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앞으로의 인생 이야기 등. 그리고 같이 가는 다른 부부들과도 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그런 것들이 이번여행에서 가능할까. 너무 많은걸 바라는 것일 수 있겠다.

 

이번에 가는 곳은 3개국이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이다. 2년 전 농어촌 공사 근무시절, 노조 임원들과 같이 동유럽을 여행했을 때,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를 일정에 포함시켜 하루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무리한 일정으로 자그레브만 들리고 이드리아해까지는 가지 못했다. 아드리아해를 꼭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아드리아 해를 제대로 즐겨 봐야지. 여행은 경관를 보거나 유적과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것인데, 이번 여행은 보통 유적관광 위주인 다른 유럽여행과는 달리, 유적과 경관  양쪽을 모두 포함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가는 세 나라는 과거 로마시대이후 비잔틴 제국,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 오스만터키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침략과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이다. 따라서 많은 갈등과 희생을 겪었던, 그래서 살아 남기위해 사람들은  스스로 고집과 자존심도 세어지고, 그러면서도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 지역이라는 점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3개국은 모두 유럽 국가이지만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EU 국가인 반면,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는 EU국가가 아니고, 슬로베니아는 유로화를 쓰고 있지만 크로아티아는 유로화권이 아니고. 한마디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 사정은 각기 다르다. 종교적으로도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카톨릭이고, 보스니아는 이슬람이 가장 다수이고, 그래서 최근 처절한 내전을 겪었다. 나는 지금 역사의 현장을 가고 있다.


비행기는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이자 바바리안의 중심 도시인 뮌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록 공항 밖을 나가지 않는 환승일 뿐이지만 13년만의 뮌헨 방문이다. 공항에는 뭔헨에 본사가 있는 BMW의 최신 하이브리드자동차 i8 전시가 눈에 띄고, 정장을 한 남자들이 유난히 많다. 비즈니스 도시라서 그럴까 혹은 독일인들이 정장을 좋아해서 일까.


셔틀버스가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출발하려는데, 한 부부가 오지 않는다. 공항 면세점에서 산 물건의 면세 봉투를 받으러 면세점에 갔단다. 모두 발을 동동 굴렀으나 비행기 출발 10분전 셔틀버스는 무심히 떠난다. 한 부부를 뮌헨공항에 남겨둔 채. 무슨 일인지  공항 상점에서 바로 면세가격에 팔지 않아 면세서류를 받아왔는데 우편봉투는 가지고 오지 않아 우편봉투를 찾으러 갔단다. 이론상 우리가 보스니아로 건너가면 EU를 떠나게 되는데 국경검문소에 관세 환급을 못할 경우 우편으로 보내야 되는데  주소가 적힌 우편봉투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독일의 소비세는 15%수준.


한 부부를 뮌헨 공항에 남겨두고, 오늘 기착지인 트리에스테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트리에스테에서 내일 아침 일찍 슬로베니아로 출발해야하는데 그전에 트리에스테로 올 수 있는 후속 비행기 편이 있을는지. 트리에스테행 비행기가 비교적 소형인 것으로 보아 비행기가 자주 있는 것 같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시간 내 도착할 수 있는 후속 비행기가 없을 경우, 슬로베니아로 바로 합류해야 하는데 어디서 합류해야 할지. 이 비행기에 실려 있을 그 부부의 짐을 트리에스테 공항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을 수 있을지. 여행 첫날부터의 황당한 사건에 다들 망연자실. 분위기가 우울해 졌다.

 

우울한 분위기는 트리에스테 공황에 도착하여 바로 해소 됐다. 비행기는 2시간마다 있단다. 그리고 탑승하지 못한 승객의 짐은 이미 뮌헨 공항에서 내렸단다. 아마 뮌헨공항에서 10분정도 늦게 출발한 이유가 짐을 내리는데 있었던 것 같다. 우편 봉투 문제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게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식자우환이랄까. 남겨진 부부 두 사람 모두 영어도 유창하고 외국 경험도 많아 호텔을 찾아오는데 문제가 없을테다.

 

불행 중 다행, 휴, 안심이다. 이탈리아 국경도시 트리에스테 공항에 도착, 호텔에 투숙하다.  오후 7시 경인데도 날이 훤하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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