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허윤진 연구위원님이 쓰신 글입니다.

발칸여행(4),

포스타냐 석회동굴(슬로베니아), 오파티아(크로아티아)

아침 산책길 만난 흰말 검은말

  다음날 아침, 롯지 주변의 마을을 산책하다. 집들이 큼직큼직하고 정원을 아주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집의 모습이나 주차된 자동차등을 보아 생활수준이 꽤 높은듯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오스트리아의 분위기가 난다. 주변 브래드 호수라는 관광지도 있고 해서 생활수순이 매우 높은 것 같다. 이런 곳에서 한 5년 정도 살면 어떨까. 오래살기는 좀 지루할 것 같고. 역시 사치스럽고 엉터리같은 생각이다. 5년을 견디면 계속 살게 될 것인데, 아마 지루해서 1,2년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긴 석회동굴이라는 포스타냐동굴로 향하여 떠난다. 누군가 블루투스 스피카를 가지고 와서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을 틀고, 1시간 반을 달려 포스타냐 동굴에 도착한다. 세계 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된 24 킬로미터의 석회동굴인데 입구에서 광산열차를 타고 한참 달려 지하역에 도착하여 내부 약 1.5 킬로미터를 걷는 일정이다.

  지하역에서 둘러본 석회굴의 세계는 세계자연유산답게 대단하다. 붉은색 흰색의 종류석과 석순들, 어떤 조각보다도 아름답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석순은 부드러운 사슴 뿔 같다. 예전 오스트리아 왕녀가 여기서 촛불을 켜고 무도회를 열었다는데,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무도회라니 사치의 극치이다.

 
  출구 쪽 어두컴컴한 동굴 수족관이 있어 열심히 들여다보았더니 Vivari Proteus라는 동굴 도롱뇽이었다. 길이는 약 20센티미터이고 대가리가 사람 얼굴처럼 생겼다, 하얀 피부에 눈은 퇴화되었으나, 청각과 후각은 매우 발달되었단다. 몇 년 동안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는데 100년을 산단다. 이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청각과 후각만 가지고 100년을 산다니. 평소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아마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하려는 것일게다.

  활발한 움직임과 화려한 빛의 세계를 포기하고 긴 수명을 선택한 생물, 선택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이겠지만.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지만 모든 것을 다가질 수는 없는 일, 못 가진 것만큼 다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자위해 본다. 주어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적절한 속담처럼, 보통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더 동경한다. 아 아 하느님,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하게 해 주옵소서.

보스타냐 동굴 종류석

지하역에 붙어있는 동굴 도롱뇽 사진

 
  점심 식사 후 오늘 저녁을 보낼 오파티아를 향해 떠난다. 오파티아는 크로아티아의 서쪽 끝 슬로베니아에 연해있는 해안도시이다. 아, 드디어 600개의 섬들이 있다는 아드리아해를 보게 된다. 아드리아해는 리아스식 해안에다 빙하에 의한 피오르드 해안을 볼 수 있다는데, 바다가 너무 잔잔하여 방파제가 필요 없고, 또한 백사장도 없단다. 그래서 해수욕은 대개 바위에서 뛰어내리는데 위험하지 않게 바다에 표식을 해놓은 곳도 있다. 왜 백사장이 없을까. 파도가 없어 백사장이 없는 것이 아닐까. 파도는  바위를 깎는 대신 한편으론 움푹 들어간 만 지역에는 백사장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럴듯하다.

  오파티아는 과거 오스트리아 귀족들을 별장이 있던 곳인데, 토요일 오후를 맞아 해변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수영을 하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결혼식이 있었는지 신랑신부 차를 선두로 친구와 하객을 태운 몇 대의 차가 지나간다. Hotel Park 라는 곳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은 후 해변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드리아해의 주말 밤에 취해본다. 바로 옆 레스토랑에선 낮에 결혼식을 마친 한 쌍을 위한 결혼 축하피로연으로 춤을 추고 난리가 났고, 주변 야외에 TV가 있어 브라질과 칠레 간 월드컵 축구경기가 한창이다. 아 크로아티아가 축구 강국이지. 경기는 연장전을 거쳐 브라질이 3대2 페널티킥 승리다. 다들 부콰하게 한잔씩하고 선착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고 아드리아해에 발을 담그고 어린이처럼 즐겁다.

오파티아 해변과 멀리 보이는 아드리아해

아침 조깅했던 길(모델이 있음을 양해바람)

  다음날 아침, 조깅을 하러 호텔을 나섰다. 길이 좁고 차도 다니고 해서 조깅이 불편하던 차, 어제 보았던 바닷가 소공원 쪽으로 내려갔다. 아 이게 웬일인가. 바로 내가 찾고자 했던 해안가 산책길이 소공원에서 부터 쭉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바닷가 바위틈사이 산책길을 만들어 놨다.

  그래, 이 경치 좋은 곳을 산책길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약 5킬로 정도 조깅을 하고 돌아와 신이나 새로운 발견임을 외치면서 집사람과 함께 다시 걷다. 가이드는 왜 이 길을 이야기 해주지 않았지. 아마 가이드도 몰랐을 거야. 나중에 가이드에게 알려줘야지. 다음에 오는 사람들 산책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