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원장 서진교

5월 바닥을 벗어나 상승세를 탔던 한우 도매가가 추석 특수가 끝나자 하락세로 바뀌면서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거세우 전국 평균 도매가(1+A 등급 기준)는 추석이 있던 9월 1㎏당 2만1170원을 기록하다가 11월에는 10일까지 평균 1만8112원으로 하락했다. 최근 소 럼피스킨 확산에 따라 도매가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추석 이후 내림세에는 변화가 없다.

그나마 한우 총사육마릿수 증가세가 거의 멈춰 앞으로 한우 전체 마릿수가 많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와 다행이다. 다만 도축 대기 물량인 24개월령 이상 수소 마릿수가 1분기 23만마리에서 3분기 33만마리를 넘어선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앞으로 도축 물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한우 도매가는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하락이 문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우 사육 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 문제다. 번식용 암소 마릿수의 감소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우 암소의 연간 도축률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한우 암소 도축률은 2021년 9월 29.1%에서 올해 9월 37.9%까지 상승했다. 향후 암소 도축률은 송아지 가격 하락 추세와 함께 저능력 경산우(출산 경험이 있는 암소) 비육지원 등 한우 암소 비육지원사업 추진에 따라 높아질 전망이다.

번식용 한우 암소 사육마릿수를 추산한 결과치도 2021년말부터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개월령 이상의 가임 암소 전체를 번식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정부 정책에 따라 비육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식용 암소는 현재 임신 중인 암소와 다음번 임신을 위해 잠시 쉬고 있는 암소의 합으로 추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재 임신 중인 암소는 인공수정을 위한 정액 판매량과 인공수정 성공률을 이용하면 큰 오차 없이 구할 수 있다. 공태(임신하지 않은) 암소도 암소 한마리가 송아지 한마리를 출산하기 때문에 최근 3개월 이내 송아지 숫자가 곧 공태 암소 마릿수와 같다. 이렇게 추산한 번식용 암소 마릿수는 2021년말 139만마리를 정점으로 지속 감소해 최근 120만마리 내외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렇게 나온 추산치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수치다. 실제 번식용 암소 사육마릿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2021년말부터 시작해 10개월이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송아지 생산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9월 기준 6개월령 암소 사육마릿수는 지난해 9월보다 약 11% 적은 6만291마리다. 좀더 범위를 확대해 12개월령 이하 전체 암소 사육마릿수를 보더라도 지난해 9월보다 감소했다. 이는 향후 번식용 암소 사육마릿수가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과 연결된다.

수소는 출산 후 도축까지 약 30개월의 사육 기간이 필요하다. 한편 암소가 송아지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10개월의 임신기간과 가임연령에 도달하기까지 약 14개월의 기간 등 최소 24개월이 필요하다. 그 말인즉슨 한우 공급 변화는 최소 3∼4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종합하자면 한우 도매가 하락에 대한 단기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장기 관점에서 번식용 암소 감소가 1년 전부터 시작됐으니 현재의 암소 도태, 특히 경산우 비육 지원이나 암소 난소결찰 시술비 지원 같은 사업은 이제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기 가격 하락을 대비하는 데 급급해 장기 사육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한우 정책은 송아지 생산·비육·도축의 전 사이클을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