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연구위원 박석두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지제도의 첫 번째 목적은 농지를 보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농지는 농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이며, 농지가 있어야 농업이 있을 수 있다. 농지 없는 농업, 예컨대 시설농업·수직농업·식물공장 등과 같이 시설물·건물 안에서 작물을 키우는 농업이 등장하였지만 농업의 대종은 식량을 생산하는 토지이용형 농업이다. 농지는 농업생산 외에 다른 용도로 전용될 수 있고, 오염·훼손될 수 있으므로 제도로써 농지를 보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농지가 보전된 다음에 효율적 이용이 가능하다.

현행의 농지보전제도는 농지법에 규정된 농업진흥지역제도와 농지전용허가제도 및 농지보전부담금제도로 구성되어 있다. 농업진흥지역제도는 농업생산기반이 정비된 우량농지를 중심으로 한 권역 전체를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하여 그 구역 내 농지의 전용 행위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이다. 농지전용허가제도는 농지를 전용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이며, 농지보전부담금제도는 농지를 전용할 때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한 제도이다. 전자는 보전, 후자의 두 제도는 전용에 관한 규정이다. 따라서 농지보전제도의 핵심은 농업진흥지역제도이다.

농업진흥지역제도는 1990년에 제정된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에 의해 도입되었다. 이로써 농지보전제도는 1972년에 제정된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절대농지·상대농지 등 필지별 농지보전제도에서 권역별 농지보전제도로 전환되었다. 농업진흥지역은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으로 구분되는데, 농업진흥구역은 농지가 일정규모(평야지역 10ha, 중간지역 7ha, 산간지역 3ha) 이상 집단화되고 생산기반이 정비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농업보호구역은 농업용수원을 보호할 목적으로 대개 저수지 등 농업용수원의 상류 지역에 지정한다.

농업진흥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토지이용행위를 할 수 없다. 그 예외 조항으로 ①농·림·축·수산물 가공·처리 시설과 관련 시험·연구 시설, ②어린이놀이터·마을회관 등 농업인의 공동생활 편의 시설, ③농업인·어업인 주택이나 농·축산업용 및 어업용 시설, ④국방·군사 시설, ⑤하천·제방 등 국토보존시설, ⑥문화재의 보수·복원·이전과 매장 문화재의 발굴 및 비석이나 기념탑 등, ⑦도로·철도 등 공공시설, ⑧지하자원 개발을 위한 탐사 또는 지하광물 채광·선별·적치 장소, ⑨농어촌 소득원 개발 등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

현행 농업진흥지역제도의 문제점으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농업진흥지역 안의 농지 면적이 전체 농지 면적의 48%에 불과한데, 매년 2000ha 이상씩 전용되는 반면 농업진흥지역 지정 면적은 늘지 않고 있다. 농업진흥지역 농지 면적은 2000년의 91만9000ha(전체 농지 면적의 48.7%)에서 2010년 80만7000ha(47.1%), 2018년 77만8000ha(48.8%)로 감소하였다. 일본의 경우 2019년에 농업진흥지역 내 농용지구역 농지 면적은 400만2000ha로 전체 경지면적 439만7000ha의 91.0%를 차지하였다. 한편, 농지전용 면적은 2014∼2018년의 5년간 연평균 1만4000ha였는데, 그중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의 전용면적이 연평균 2276ha에 달하였다.

둘째는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가격은 관리지역 농지 가격의 1/2∼1/4에 불과한 반면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에 대한 보상으로서 공익기능증진 직불금은 관리지역 농지의 1.15배∼1.89배로 크지 않다. 2020년에 농지의 실거래 가격은 예산군의 경우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가격이 2만7858원/㎡으로 그 외 농지 가격 4만6217원/㎡의 60%였으며, 여주시의 경우 각각 3만9167원과 14만4536원으로 27%에 불과하였다.

공익기능직불금 중 면적 직접지불금은 경작규모별로 3구간(2ha 이하, 2∼6ha, 6ha 초과)으로 구분하여 ①농업진흥지역 안의 논·밭 농업에 이용된 농지, ②농업진흥지역 밖의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 ③농업진흥지역 밖의 밭농업에 이용된 농지로 구분하여 차등지급한다. 예컨대, ha당 단가는 2ha 이하 구간에서 ①이 ②의 1.15배, 6ha 초과 구간에서 ①이 ③의 1.89배로 책정된다.

농업진흥지역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농업진흥지역 농지 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정 면적을 늘리고 전용 면적을 줄여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지정 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는 논을 중심으로 지정되어 있는 농업진흥지역을 지역에 따라 밭으로 확대하고, 농업진흥구역 집단화 기준의 축소를 검토하며, 소규모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실시 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한다.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전용면적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농업진흥지역 농지 전용을 금지하고, 농지전용심의기구를 설치하며, 불가피한 경우 시설지구 등을 신설하여 한 곳에 집중하도록 한다.

둘째, 농업진흥지역 농지에 대한 보상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지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 제도는 농업진흥지역에 한정 또는 우선하도록 해야 한다. 공익기능 직접지불의 차등 지금 외에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장기 보유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상속세·증여세 면제 등의 조세 혜택을 부여하도록 한다. 농지보전은 공익기능에 대한 보상 이전에 지가차손에 대한 손실보상을 받아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