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감사 이헌목

(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

 지난 3월 코로나19사태에 따른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제1차 추경에 농업관련 예산은 없었다. 12조2000억 원 규모의 제2차 추경에서도 농업예산은 없었다.

6월3일자로 제안된 35조 3000억 원 규모의 제3차 추경에 2773억 원 규모의 농업관련 예산이 반영되었단다. 그것도 기존의 농업예산 2512억 원을 삭감하고, 2773억 원을 계상했으니, 순수하게 증가된 농업예산은 고작 261억 원이란다. 35조 추경예산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란다!

코로나로 인한 농업분야의 피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조사는 고사하고, 조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도대체 현 정부의 정책기조 속에 농업, 농민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농업현장에서는 물론 농업전문지와 SNS에서도 높다.

농민은 물론 일반국민도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노동자, 농민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우선 챙길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는 추경에는 농업과 농민이 없는 게 아닌가? 아니 작년에 수립된 2020년도 본예산에도 농업과 농민은 없었다. 512조 3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이 편성되었으나, 농림축산식품예산은 15조7743억 원으로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로 사상 최저였다.

양파, 마늘을 비롯해 거의 모든 농산물가격이 폭락하고, 화훼와 친환경농산물은 팔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그래도 농사는 지으려고 하지만 영농인력을 구할 수 없단다. 당연히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농업, 농민들의 사정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왜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정치인들의 눈에 농민들의 표는 정책이나 예산과 별로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십여 년 전 한농연에 있을 때부터 농민들의 결속과 한목소리로 외칠 것을 강조했다.

“정치인들은 표계산의 도사들이다. 농민들의 표는 지연, 혈연 등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당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일부 똑똑한 농민들은 “농민의 수가 적어서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한다.

필자는 “선진국은 전체인구 대비 농민 수가 2%가 안 된다. 그래도 영향력이 얼마나 세던가? 우리는 5%가 넘는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약사회 회원은 6만 명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의약외품(?)을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한 법을 통과시킨 후, 여야 정치인들이 약사회를 방문, ‘(80%의 찬성)여론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랬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농민단체와 ‘300만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정치권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뿐 뒤따르는 조치가 없다.

농업예산이 늘지 않는 이유, 국가 중요정책에 농업과 농민이 없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가? 해결방법도 분명하지 않은가? 농민들이 한목소리를 내야하고, 정책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농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정책에 따라 투표를 하게 될 것인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농민들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농업예산의 증가나, 농민들의 마음에 드는 농업정책의 도입은 요원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출처: 농업인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