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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11.14
제목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논쟁 , 무엇이 문제인가 / 양승룡 
첨부파일
 

2019. 11. 11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논쟁 , 무엇이 문제인가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6월 농민단체들은 농산물 대표가격을 결정하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시도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시장도매인제를 둘러싸고 15년 이상 끌어온 이 논쟁은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지연시키고 도매시장 개혁에 혼선을 주는 심각한 사안이다. 다행히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우려하는 입장을 밝혀 농민들의 걱정을 덜게 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이기주의를 고려할 때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소모적인 논쟁이 이토록 오래 지속된 것은 근본적으로 도매시장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됐다. 가장 심각한 오해는 경매제에 대한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농산물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것을 경매제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가격변동이 심한 것은 기본적으로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상품적 특성 때문이다. 경매제는 그날의 수급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할 뿐이다. 당일 출하되는 상품에 대해 모든 중도매인이 모여 공정한 방식으로 경쟁해 가격을 결정한다. 농산물 가격변동이 큰 것은 수급의 불균형이 심하거나(일간 변동성), 상품간 품질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다(일중 변동성). 터무니없이 경매제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가격변동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만약 경매제가 없다면 농산물 가격변동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일부에서는 예약거래가 성행하는 일본이나 경매제가 없는 외국사례를 들어 경매제의 문제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런 나라들의 가격이 한국보다 투명하거나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경제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에게 이는 명약관화하다. 효율적이고 공정한 가격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전세계 증권·선물 거래소들이 모두 경매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경매제가 시장도매인제의 양자거래보다 공정한 가격을 제공하며, 이 공정한 가격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경제학 가격이론의 기본이다.

 

도매시장에 대한 두번째 오해는 도매법인과 도매상에 대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도매법인을 유통주체로 인식하고, 도매법인들의 문제를 시장도매인의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도매법인은 유통주체가 아니라 시장 그 자체다. 도매법인은 농민 등 산지출하자와 중도매인을 한자리에 모아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거래소다. 도매법인의 수가 제한적이고, 따라서 과점적 이윤을 취하는 것은 그들의 행위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법적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런 과점적 구조가 문제가 된다면 도매법인의 수를 제도적으로 증가시키거나 법인간 경쟁을 강화하면 된다. 이를 전혀 성격이 다른 시장도매인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참고로 한국에는 증권거래소가 단 하나만 존재하며, 그 독점적 지위는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가락시장에는 6개의 도매법인이 있다.

 

시장도매인은 경매제의 중도매인에 대응하는 유통주체다. 중도매인은 도매법인의 경매과정에 참여해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구매가격을 제시하고 투명하게 가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은 자신의 경쟁상대인 중도매인들이 결정한 가격을 실시간 공짜로 이용해 비공개적으로 영업한다. 시장도매인제의 도입은 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경쟁에 반하는 것이다.

 

도매시장의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유통효율화를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모색할 때 가능하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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