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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10.07
제목
독일 통일과 남북관계에서의 자주권 / 김영윤 
첨부파일
 

2019.10. 01 내일신문에 실린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의 글입니다.

 

   

 

독일 통일과 남북관계에서의 자주권

 


김영윤((사)남북물류포럼 회장)

 

 

 오는 10월 3일은 독일통일의 날이다. 햇수로 30년째다. 독일통일에는 고르바초프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페레스토로이카(perestroika, 개혁), 글라스노스트(Glasnost, 개방)가 있었기 때문에 동서독이 통일할 수 있었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을 불태워 세계를 바꾼 촛불 같은 사람이다. 구소련을 무너뜨려 인류를 구했지만, 자신은 몰락한 사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 국가에서는 끊임없는 민주화 투쟁이 일어났다. 스탈린을 비롯한 구소련에 의한 동유럽 지배, 즉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항거였다. 1953년 6월 구소련 점령지구인 동독의 수도 동베를린에서 일어난 시위를 비롯하여, 1956년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봄’과 1968년 8월 미완의 ‘체코프라하의 봄’ 등이 그것이었다. 1980년 폴란드 연대노조의 총파업도 마찬가지였다.

 

 동유럽 국가의 민주화를 억누르고 있었던 힘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은 1968년 11월 폴란드 제5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의 “브레즈네프 선언(Brezhnev Doctrine)”이었다. 브레즈네프 선언은 동유럽 국가에 대한 제한 주권론이다. 사회주의 진영 전체 이익을 위해 개별 국가의 주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이에 대항 하는 국가가 있다면 전차를 몰고 가서 머리통을 날려도 좋다는 것이 브레즈네프 선언이다. 동유럽 국가의 친소정권을 통한 소비에트 체제의 무자비한 탄압을 말한다.

 

 동유럽의 변화가 가시화 된 것은 고르바초프의 브레즈네프 선언의 폐기가 현실화되면서부터다. 1988년 3월에 일명 '신사고(新思考) 외교'를 펼치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를 방문하여 소련의 새로운 외교방침인 이른바 '신 베오그라드 선언'을 한다. “완벽한 공산주의 모델은 없다. 그 누구도 진리를 독점할 수 없다. 한 나라의 장래와 체제는 그 나라 국민들만이 정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타국의 국내 상황에 간섭하거나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후 동유럽권 국가는 소위 벨벳혁명에 휩싸인다. 아무도 피 흘리지 않았던 부드러운 벨벳혁명은 브레즈네프 선언의 폐기가 원동력이었다. 동유럽 국가들의 구소련으로부터의 해방이자 소비에트 체제로부터의 이탈이었다. 자주권의 회복이었다. 구동독이 서독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자주권을 회복한 시민혁명 덕분이었다.   

 

 고르바초프의 신사고로 동독 주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왔다. 시민혁명이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로부터 시작되었다. 여행의 자유를 원했던 동독주민들은 마침내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게 된다. 이어 두 체제는 전광석화같이 단일화했다. 구동독 주민이 이를 철저히 원했다. 구소련이 동유럽 국가들을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고르바초프가 없었더라면 독일통일은 불가능했거나 훨씬 늦추어졌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미국이 한국을 좀 놓아 주면 좋겠다. 우리의 의지대로 남북관계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남북관계에서 과연 우리에게 자주권이 있는지 자문하고 있다.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보내는 것도 미국에 먼저 물어봐야 했다. 긍정적인 답을 얻어 보내려고 해도 그 다음엔 운송수단이 문제였다. 대북 제재 하에서는 수송수단이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운송수단까지 허락을 받았으나, 이번엔 북한이 안 받겠단다. 왜 안 받으려고 할까? 인도지원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는 상대의 처지와 입장을 헤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2019.7.15)'는 "민족의 이익보다 미국의 눈치부터 살피는 비굴한 사대근성 때문에 북과 남이 민족 앞에 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고 북남관계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자존심 상한다는 것이다. 아홉 차례나 기계장치 점검을 위해 개성공단을 방북하겠다는 개성공단사업자들의 신청을 미국과의 관계를 들어 주저했던 정부가 지난 5월 처음으로 승인했지만, 이제는 북한이 관련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다 마찬가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고르바초프가 될 수는 없을까?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만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자세 변화도 중요하지만, 미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도 중요하다. 미국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미국에 할 말은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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