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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0.04
제목
북한 개발협력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 / 권태진 
첨부파일
 

남북협회 뉴스레터 10월호에 실린 GS&J 북한 동북아연구원 권태진 원장의 글입니다.

 

     

북한 개발협력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

 


GS&J 북한 동북아연구원 원장 권태진

 

  

 남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개발협력의 형태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해왔다. 남북한 간 개발협력의 역사가 어언 20년이 되는 셈이다. 개발협력의 목적은 협력 대상국의 경제개발과 주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개발협력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이 공적개발원조(ODA)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는 공적개발원조의 개념을 중앙 및 지방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나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 개도국 및 국제기구에 제공한 자금의 흐름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공적개발원조는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무상원조와 양허성 차관을 모두 포함한다. 최근의 국제적인 흐름은 공적개발원조가 정부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NGO), 아카데미(학계 및 연구계), 기업까지 포함하는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의 협력, 이른바 민관협력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남북한 사이에도 공적개발원조와 유사한 형태의 개발협력이 실행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민간영역도 참여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의 개발협력은 형태나 내용에 있어서는 공적개발원조와 큰 차이가 없으나 추진 절차나 방식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는 남북한 사이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는 일반 예산을 재원으로 하는 반면 남북한의 개발협력은 남북협력기금이라는 별도의 재원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북한은 금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핵개발을 중단하고 경제개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국가전략 수정을 결의했다. 지금까지의 북한 행적에 비추어 중대한 방향 전환임에 틀림없다. 이어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서도 북한의 이러한 방향 전환을 확인할 수 있다. 6월 12일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북미 양측은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였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평양 인근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 폐쇄와 발사대 해체 등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인 행동을 보였으나 아직은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이행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북한과의 개발협력은 북한이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일이며 이는 북한이 스스로 국제사회와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행동에 옮기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정부의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을 위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화해협력 형성을 위한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우리 국민의 큰 걱정거리인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불된 대가가 우리의 동포인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우리의 소원인 통일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남북협력의 방향은 이러한 우리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 개발협력을 위한 새로운 틀을 구축하려는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협력을 통해 얻은 성과와 나타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먼저 남북한 개발협력의 성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남북한 개발협력의 성과 중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미미하나마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농업, 보건의료, 경공업 부문에서 그 성과가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들 민생부문의 개선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취임하면서 주민과 약속한 것이어서 향후에도 북한의 관심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남북한 협력을 통해 북한이 시장의 필요성을 더욱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모색하는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실 남북한 협력사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지속성의 결여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 점이 북한으로 하여금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개발협력을 통해 북한 관계자의 사업 관리능력이 배양되었다. 북한 관계자의 능력배양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남북한 관계자의 접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관리능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발협력을 위한 사업 구상 단계에서 그들은 북한의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북한 현실에 적합한 협력사업을 구상하고 효과적으로 실행케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남북한 사이의 개발협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 대북 협력에 대한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남남갈등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이 점은 향후 남북한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앞서 지적한 것처럼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도중에 예고 없이 사업이 중단되거나 사업 완료 후 더 이상 사업이 지속되지 못하는 등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남북한 사이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강하고 불안정한 재원 조달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지속성의 결여가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구조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점은 향후에도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셋째, 협력의 목표와 주된 수혜자를 특정화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됨으로써 협력사업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개발협력사업뿐만 아니라 인도적 지원사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점이다. 협력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사업에 대한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합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넷째, 협력사업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과정이 생략되거나 간소화됨으로써 사업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업의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웠으며 후속 사업을 위한 피드백을 얻기가 어려웠다. 이 문제는 남북한 사이의 특수성을 강조한 나머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개도국과의 공적개발원조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을 남북한 개발협력사업에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경제통일과 북방경제시대의 개막이란 비전하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 구현’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하였다. 이를 추진함에 있어 ① 안보와 경협의 병행 추진과 지자체-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경 및 민간 분리 원칙, ② 유무상통 원리, 상호보완성, 포괄적 접근을 통한 포괄적 호혜주의 원칙, ③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국제 규범 준수 원칙, ④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국민소통과 국제 합의 기반 원칙 등 네 가지 원칙을 견지하면서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이들 네 가지 원칙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금까지 남북한 사이의 개발협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협력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일방의 의지만으로 실행할 수 없으며 설령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목표로 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이 개발협력을 추진한다면 먼저 양측이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한 다음 절차에 따라 실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목표도 중요하지만 주된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요구와 협력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그래야만 시의적절한 협력사업을 도출할 수 있으며 수원자의 주인의식을 고취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개발협력에 대한 북한의 수요를 파악하려면 먼저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정책 변화, 그리고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것인지 그 배경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은 정권 출범 7년째를 맞이하는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화폐개혁 실패로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무너진 데다 국가재정도 파탄난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출범했다. 김정은은 무엇보다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국가 운영을 위한 재원 조달이 시급했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를 통해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 이 결과 전국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던 감춰진 외화가 시장에 유입되었으며 이를 종자돈으로 북한 경제가 차츰 활력을 얻기 시작하였다.

 

 김정은은 기업소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책임경영제를 도입하여 기업에게는 의사결정권과 경영권을 확대하고 노동자에게는 일한 만큼 성과를 나누는 시장 지향적 경제운용시스템을 전 산업으로 확산했다. 지난 6년 동안 북한은 개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운용시스템과 분배체계를 바꾸고 이를 제도화했다. 산업 분야에 따라서는 시장과 계획의 비중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의 역할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운용시스템 변화를 통해 이룩한 성과는 개방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핵개발 대신 경제개발을 선택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피하면서 주민들에게 좀 더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정은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년 동안 추진한 내부 개혁의 성과를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내부 개혁을 통해 개방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했다면 감히 이러한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은 개혁이 개방을 확대하고, 개방이 다시 개혁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북한이 발전하는 모습을 그렸을 것으로 유추된다.

 

 이는 국제사회가 희망하는 북한 변화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러한 가정이 맞다면 우리는 북한이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은 급속한 개방으로 인해 사회주의체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북한 나름의 주체적인 방식으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고자 한다. 향후 북한은 협력 절차와 방식을 선택할 때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리 또한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해야만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추구하고자 하는 경제개발의 방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2016~2020)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전략의 일차적인 목표는 각 부분에서 생산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전략은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과학과 기술혁신을 통해 북한이 희망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북한은 산업의 인프라가 되는 에너지, 전기, 철도 및 도로 확충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며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농림수산업 개발과 경공업 개발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일이다. 북한의 의지와 행동을 확인해야만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북한이 조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이왕이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출처: 남북협회 뉴스레터 10월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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