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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8.14
제목
아내와 함께한 8박 10일의 발칸여행(3), 브래드 호수 
첨부파일
 

 이 여행기는 GS&J 허윤진 연구위원님이 쓰신 글입니다.

 

 

발칸여행(3), 브래드 호수(슬로베니아)

 

 

  6월 27일, 아침에 일찍 깨어 한참을 뒤척여도 새벽이다. 5시 반에 조깅화를 갈아 신고 호텔을 나셨다. 핸드폰에서 나이키 런닝 앱을 가동시킨 후 손에 호텔근처 주택가를 뛰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아침 일찍 거동한다. 자그레브는 아직도 건물 곳곳에 총탄자국 등 내전으로 인한 상처가 남아 있는데, 의외로 아주 깨끗하고 잘 살아 보이는 주택가도 있었다. 최근 경제사정이 호전되었는가 보다.

 

  4킬로 정도 달린 후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싫어 옆길을 접어들었는데 길을 잃어 버렸다. 아침 식사시간에 늦을까 좀 당황도 되고 그래서 무조건 차가 많이 다니는 간선도로 쪽으로 나가기로 했다. 역시 선택은 옳았고 다행히 멀리 호텔건물이 보인다. 휴, 무사히 돌아와 호텔근처에서 추가로 약 2킬로미터를 뛰었다. 앱을 보니 1시간 4분간 총 9.5킬로미터, 돌아오니 집사람이 뛰는 모습 사진을 찍어주었고, 일행들에게도 우리남편이 아침에 10킬로미터 뛰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P.S) 귀국 후 마라톤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자신도 외국여행 중 아침에 조깅하다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단다. 그래서 모르는 길을 뛸 때는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핸드폰 런닝 앱의 경우, 대개 외국서는 데이터 통신을 꺼버리기 때문에 뛴 거리는 표시되지만 지도가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왔던 길로 되돌아감이 안전할 듯.

 

조깅 중 만났던 길가의 집

 

 

본인이 뛰는 모습

 

 

 

아침식사는 호텔 1층(우리로 치면 2층)에 있는 Argento란 레스토랑에서 뷔페식인데, 돼지 뒷다리를 염장한 프로슈토(스페인의 하몽)와 후식으로 있는 허니듀를 발견하고 맛있게 먹었다. 이태리 로마서 근무할 때 먹어보았던 프로슈트의 짭조름한 맛과 멜로의 달콤한 맛의 조화, 잊을 수 없었는데, 멜론대신 허니듀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슬로베니아의 북쪽 끝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와 삼각지점 국경 근처에 있는 브래드호수, 내일은, 세계최대의 석회동굴이라는 포스타냐동굴을 구경하고 다시 크로아티아의 국경도시 오파티아로 돌아와 일박하는 일정이란다. 즉 크로아티아에서 슬로베니아로 가서 다시 크로아티아로 돌아오는 일정인데, 예전 유고연방으로 같은 나라였던지라, 도로가 국가별이 아닌 지형이나 물동량에 따라 건설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침 9시 자그레브를 출발, 약 3시간을 거쳐 슬로베니아 북쪽 끝에 있는 브래드 호수에 도착했다. 점심은 북경반점, 밥이 나오는 관계로 가지고 갔던 고추장 김을 포도주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지난번 트리에스테에서도 그랬는데, 중국음식점은 이제 세계 곳곳에 없는 곳이 없다. 중국음식점은 아마 중국 사람들의 초기정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민자들은 중국식당 종업원서부터 시작하여, 돈을 벌면 음식점을 차리거나 금융이 가능하게 되면 무역이나 다른 사업까지 할 수 있겠지. 아직 차이나타운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사업이 가능한 생태계조성이 필요할 텐데 초기에 음식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브래드 호수는 3㎢가 안 되는 그리 크지 않는 빙하호이지만 무척 아름답다. 알프스에 둘러싸여 있어 포근한 느낌이 드는데, 호수 한가운데 조그마한 섬이 있고 성당이 지어져 있다. 주위 가파르게 뾰쪽 솟은 한 봉우리에는 성채가 그림처럼 얹어져 있고, 멀리 알프스에는 녹지 않은 흰 눈이 구름처럼 걸려있다.

 

 

브래드 호수와 호수중간 섬에 있는 성모승천교회

 

 


  호수 중간의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탔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노를 젓는 배라는데, 사공 혼자서 18명이나 탄 배를 젓다니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파도가 없는 호수라서 괜찮을까.

 

 

김일성이 다녀갔다는 티토의 별장

 

 


  섬으로 가는 도중, 예전 유고슬라비아연방의 대통령 티토의 별장이었다는 건물이 보인다. 제법 큰 건물인데 호숫가 전망이 아주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티토 생전 김일성이 다녀갔다는데, 다녀간 후 이 별장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귀국 후 묘향산 특각을 지었다나 어쨌다나.

 

 

브래드 호수에서 배를 젓고 있는 뱃사공

 


  일행 모두 기분이 업되어 노래를 부른다. 민요인 ‘뱃노래’, ‘당신만 있어준다면’이란 사랑의 노래도 나온다. 아름다운 자연이 모두의 마음에 선하고 여유로운 기운을 불어 넣는다.

 

  섬에서 내려 99개의 계단을 올라 성당에 들어선다. 성모승천교회라는데 성당 안 줄을 당겨 종을 울릴 수 있게 되어 있다. 모두 부부로 줄을 당겨 소리를 내본다.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종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이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안심한다.


  섬에서 나와 주변 뾰쪽 봉우리에 있는 브래드성의 성채에 올랐다. 위에서 내려 보는  브래드 호수는 더욱 환상적이다. 성위 야외 테이블에서 와인 파티가 벌어졌다. 노래가 나오고 남편에게 서러웠던 이야기, 여자들은 역시 남자들 보다 감정이 풍부하고 분위기에 잘 적응한다. 양희은이 불렀던 ‘한계령’을 부른다. 노래의 가사가 자살할 마음으로 설악산 한계령을 갔다가 생각을 접고 내려와 작사한 것이라는데, 알프스와 한계령 서로 거리는 수만 만리지만 분위기는 가슴에 와 닿는다. “저 산은 내게, 내려오라 내려오라 하고, 발아래 첩첩산중, ~ ~   아, 아 바람처럼 살아가고파, 이산 저산 구름몰고 다니며 떠도는 바람처럼.”

 

 

멀리 산위에 보이는 브래드성

 

 


브래드 성채 위에서 포즈 잡고 있는 우리 부부

 

 

 

  한결 여유로운 마음이 되어, 호수에서 약 10분거리에 있는 오늘 저녁에 묵을 호텔에 도착했다. 롯지스타일인데 명칭은 Ribno 호텔이다. 방에서 샤워를 하고 계곡 시냇물을 찾아 나섰다가 길이 험해 포기하고, 뒤뜰에 놓여있는 해변가 스타일 의자에 누웠다. 파란하늘 곳곳 옅은 구름, 멀리 노선 여객기가 아스라이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간다. 여자들은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몸은 나른하여 졸음이 든다.


  ‘밴드’로 친구가 보내온 코트디부아르의 축구선수 드록바의 이야기를 본다. 자신의 조국이 내전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2005년 월드컵 진출을 결정지은 경기의 생방송에서, 1주일의 휴전을 제의 하고, 자신이 수상한 축구계 최고의 상인 발롱드르 상을 들고 남쪽의 대통령에게 북쪽 지도자를 함께 만나자고 생방송으로 제의하고, 그리하여 남북 단일팀을 만들고. 코트디부아르 축구는 2006년부터 3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게되고, 그래서 내전이 종식되었다는 영화같은 이야기이다. 물론 이야기가 이사건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의 힘도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드록바란 선수는 대단한 정치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힘을 시기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할 줄 알고, 특히 모두에게 필요한 적절한 일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은 슬그머니 한국의 정치로 옮겨간다. ‘국민의 눈높이 정치’ ‘감동을 주는 정치’를 외치면서 국민의 마음속 아주 저급한 욕망을 부추기고 유치한 슬로건을 국민 감동이라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사회에 선하고 정의롭고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지 못하고, 표를 무조건 쫓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정치가 아닌가. 따지고 보면 결국은 우리국민의 수준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서부터 고칠 수 있을까. 우선 제도적으로 대통령은 중임제로하고, 국회의원은 중선거구제로 하면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정치가 과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자생력이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저녁은 야채 송어구이 수프, 아주 먹을 만하다. 저녁 식사 후 야외에서 포도주 파티가 열렸다 포도주 맛도 좋고, 저녁 날씨도 선선하고, 돌아가며 건배사를 한다. 집사람이  첫 건배사, 어디서 배웠는지 ‘고사리’ 라고 외친다. 고마워하면서, 사랑하면서, 이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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